”죄 지었으니 코로나 걸려도 싸지” 구치소 향한 ‘악플’

”죄 지었으니 코로나 걸려도 싸지” 구치소 향한 ‘악플’

기사승인 2021-01-09 07:03:02
▲사진= 지난해 12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피해를 입은 수용자를 향해 “감염돼도 싸다”는 ‘악플’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확진자는 1177명으로 1200명에 육박했다. 이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1173명을 넘어선 숫자다. 신천지예수교회 증거장망성전(신천지) 사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동부구치소 관련 사망자는 2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법무부에 따르면 협심증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70대 확진 수용자가 사망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동부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고 형집행정지로 출소,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윤창열(66)씨가 숨졌다. 그는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보건당국은 동부구치소 확진자 급증 원인으로 다른 구치소보다 유독 높은 밀집, 밀접, 밀폐 형태를 들었다. 법무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은 화를 키웠다. 법무부는 예산 부족을 들어 수용자들에게 KF인증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0일에서야 교정시설 직원과 수용자에게 1주일에 1인당 3매씩 KF94마스크를 지급하기로 했다. 확진자·비확진자 분리 수용, 전수조사 같은 기본적인 방역 수칙도 뒤늦게 이뤄졌다.

▲사진= 지난 4일 오전 서울 동부구치소 앞에서 국민주권행동,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단체 관계자들이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책임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지난 6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부의 방역 소홀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에서다. 같은날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관련 기사에는 “죄 짓고 구치소 갔는데 누굴 원망하냐” “동정이 안 간다” “내 세금으로 밥 주고 마스크 주고…세금이 아깝다” “범죄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다고 손해배상청구를 하냐”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구치소는 최종적 유무죄를 가리기 전까지 단기간 머물게 되는 교정시설이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재소자가 있는 교도소와는 다르다. 구치소 수용자들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이다. 구치소에 머물다가 무죄로 최종 선고가 내려져 집에 돌아갈지도 모르는 ‘미결수’ 신분도 다수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법무부는 동부구치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지 34일이 지난 뒤에야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집단감염 공포 속에서 “살려주세요” 등 문구를 적어 창밖으로 내보인 수용자를 색출해 징계하겠다고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인권침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일에는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남편과 2주 동안 연락이 끊겼다고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구치소에서 판결을 기다리다가 코로나19에 걸린 것도 억울한데 2주 동안 연락이 두절되니 가족들 마음은 오죽하겠냐”고 토로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망한 수감자 유가족이 “화장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야 확진, 사망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방역 당국은 이를 부인한 상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4일 법무부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만델라 규칙 등 국제인권기준은 수용자에게 공동체에서 이용 가능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건강권을 보장받는 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국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우희창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변호사는 “수감자는 어떻게 보면 적법절차에 따른 형 이외의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며 “헌법 제2장 12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고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호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한 말이지만 교정시설 수감자 역시 헌법에 따라 기본권을 보장 받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아 마땅한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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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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