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코미디를 더한 퓨전사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는 tvN 토일극 ‘철인왕후’와 KBS 월화극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이하 ‘암행어사’)의 공통점은 웃음에 방점을 둔 퓨전사극이라는 것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과 폭넓은 연령층이 즐기는 사극의 대중성이 맞물려 좋은 효과를 낸 모양새다.
‘철인왕후’는 실존 인물에 판타지 요소를 접했다. 청와대 조리사 장봉환(최진혁)의 영혼이 들어간 중전 김소용(신혜선)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전의 몸에 현대 남성의 영혼이 깃든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의 심리전 등이 드라마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영혼은 장봉환이지만 몸은 김소용인 이 인물은 불시의 사고로 조선시대에서 눈을 뜬 이후 좌충우돌하며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겉으로는 허수아비 왕처럼 보이지만, 몰래 힘을 키우고 있는 철종(김정현)과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 중전의 묘한 관계도 볼거리다.
방송 초반 인물 설정과 표현 등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지만, 시청률 그래프는 매회 오름세다. 쉽지 않은 역할을 능청스럽게 소화 중인 배우 신혜선의 연기력과 경쾌한 코미디 덕분에 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로 출발한 시청률은 12%를 넘어섰다. 드라마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암행어사’도 유쾌한 인물과 통쾌한 액션으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았다. 이 드라마는 암행어사 성이겸(김명수)와 암행어사단 홍다인(권나라), 박춘삼(이이경)이 실종된 암행어사의 종적을 파헤치는 과정을 무겁지 않은 톤으로 그려낸다. 암행어사와 어사단의 연령대가 젊어 청춘극의 느낌이 나고, 어사단 3인방의 캐릭터가 뚜렷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활극처럼 펼쳐지는 액션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5%대를 유지하던 ‘암행어사’의 시청률은 지난 11일 7회 8.7%로 훌쩍 뛰었다. 경쟁 상대였던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 시즌1이 종영한 이후 시청자의 중간 유입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르의 특성상 앞부분을 보지 않아도 흐름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은 덕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철인왕후’와 ‘암행어사’의 인기에 관해 “코미디 퓨전사극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두 작품은 매우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라고 봤다. ‘철인왕후’가 시청자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 파격적인 설정 때문이라면, ‘암행어사’는 익숙한 구조와 서사가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 평론가는 “퓨전사극이더라도 지켜지는 사극의 기본적인 규칙을 ‘철인왕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 드라마는 판타지 설정으로 사극의 규칙인 신분사회 구조의 특성을 깼다. 이 부분은 매우 파격적인 동시에 자극적이기도 하다. 다만 캐릭터를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로 설정했다면 시청자가 파격적인 설정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암행어사’에 관해 정 평론가는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암행어사 서사는 과거 사극에서 주로 쓰였던 소재”라며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구조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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