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미쓰라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겪어본 자만이 해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고 믿었다. “생각해보면, 작년 한 해 우리 모두 갑작스러운 공포와 좌절을 맞닥뜨려야 했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인 타블로도 거들었다. “겪어본 사람이 전할 수 있는 위로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그에게도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던 나날이 있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슬립리스 인’(sleepless in __________) 음반에 담아냈었다.
△ “위로와 공감, 항상 우선시하는 키워드”
이날 오후 6시 발매되는 에픽하이 정규 10집 첫 번째 편 ‘에픽하이 이즈 히어-상’(Epik High is Here-上)은 18년째 활동 중인 에픽하이의 각오를 보여주는 음반이자, ‘세상에 날 이해할 사람은 없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음악이다. 미쓰라는 음반에 실린 10곡을 관통하는 열쇳말로 ‘위로’와 ‘공감’을 꼽았다. “우리의 경험이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란다. 타이틀곡은 두 곡으로, 헤이즈가 피처링한 ‘내 얘기 같아’와 지코·CL이 함께한 ‘로사리오’다. 투컷은 “모두가 몸과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은 시기인 것 같다. 여러분의 마음을 위로해드리고자 ‘내 얘기 같아’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그것보다 더 힘차게 ‘내가 살아있는 전설이다’라고 외치고 싶은 분들에겐 ‘로사리오’를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 “상 편은 ‘인피니티 워’, 하 편은 ‘엔드게임’”
에픽하이는 정규 10집을 상·하편으로 나눠 발매한다. 정규 4집 ‘리맵핑 더 휴먼 소울’(Remapping the Human Soul), 정규 6집 ‘이’(e) 음반 이후 세 번째 2CD 발매다. 투컷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블로는 정규 10집 상·하편이 서로 연결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 편은 영화 ‘인피니티 워’, 그리고 언젠가 발매할 하 편은 ‘엔드게임’”이라고 비유하면서 “두 편을 다 봐야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시리즈) 영화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에픽하이는 정규 10집 상 편을 우선 발매한 뒤 올해 안에 하 편을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 “음악은 곧 인생”
2001년 결성된 에픽하이는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국내에서 최장수 힙합 그룹으로 꼽힌다. ‘평화의 날’ ‘플라이’(FLY)를 시작으로 ‘원’(One), ‘팬’(Fan), ‘연애소설’ 등의 노래로 대중적인 성공과 음악적인 성취를 동시에 이뤘다. 타블로는 이런 비결을 “팀에 예스맨이 없다”는 데서 찾았다. “서로에게 냉정하고 칼 같기 때문에 듣는 분들께 최선의 결과물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다. 투컷은 “새 음반을 작업할 때마다 ‘기존에 잘했던 걸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신선함을 더하기 위해서도 여러 시도를 한다”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데, 재밌다”고 돌아봤다. 세월이 쌓이면서 팬들과 함께 나이 든다는 점 역시 에픽하이를 결속시키는 힘이 된다. 타블로는 학생이던 팬이 성인이 돼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진다고 한다. 투컷은 “어느새 음악을 한 시간이 음악을 하지 않은 시간보다 길어졌다”면서 “음악이 인생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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