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로맨스만 믿지 마요 [볼까말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로맨스만 믿지 마요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1-19 15:56:24
▲사진=JTBC 월화극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일부 로맨스 드라마가 실패하는 것은 로맨스 자체를 너무 맹신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모든 것의 이유가 되거나 상황의 해결책이 되리란 안일한 믿음 말이다. 하지만 로맨스 드라마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다. ‘사랑해서 그래’의 자세로 서사의 빈틈을 메우는 것과, ‘그래서 사랑해’라는 자세로 설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8일 막을 올린 JTBC 새 월화극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어떤 쪽에 가까운 작품일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직장 선배 윤송아(원진아)를 짝사랑하던 후배 채현승(로운)이 그를 지켜주기로 하면서 ‘나도 모르게’ 시작된 로맨스를 그린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원진아가 주인공 윤송아를 연기하고,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로운이 남자 주인공 채현승 역을 맡았다.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 ‘가화만사성’ 등을 작업한 이동윤 PD가 연출한다. 실제로 화장품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채윤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다. 

1회는 대학 채용박람회에서 윤송아에게 첫눈에 반해 같은 회사에 입사한 후배 채현승이 짝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송아를 남몰래 좋아하지만, 직장 선배와 후배라는 이유로 선을 지키던 현승은 자신의 생일에 송아가 두 사람의 상사인 이재신(이현욱)과 몰래 사내연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마음을 정리하려던 현승은 우연히 재신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송아에게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이 과정은 오랜 기간 송아를 짝사랑하고 있는 현승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극 중 현승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연하남’ 설정이다. 풍족한 환경에서 사랑받고 성장해 구김살도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뛰어난 편으로 묘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승은 사수인 송아가 “사내연애는 어렵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을 보고는 물러선다. 함께 시장조사를 나가 경쟁사 사원에게 송아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던 점을 송아가 지적하자 자신의 과오를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나인 지승(왕빛나)의 웨딩드레스숍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재신을 목도하고는 태도가 변화한다. 직장 내에서도 재신에게 적대감을 감추지 못하던 현승은 끝내 송아에게 “보여줄 것이 있으니 오늘 저녁 시간을 비우라”고 강압적으로 말하고 이를 거절하는 송아에게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라는 말과 함께 손으로 그의 입술에 발린 립스틱을 지운다.

제목과 같은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정서를 대표하고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나타내는 주요한 장치다. 제작진이 이 장면을 첫 편 마지막 부분에 넣은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로맨스물로서의 설렘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은 반 정도만 달성됐다. 현승의 변화가 너무 불친절하게 나타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사랑하기 때문에 배려하던 현승의 캐릭터가 갑자기 변해버렸다. 드라마는 현승의 마음이 시작된 과거 장면으로 그의 변화에 개연성을 부여하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갑작스러운 행동을 공감하기 어렵다. 

다만 로맨스물에서 중요한 두 배우의 호흡이 합격점이고, 인물들이 놓인 상황이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있는 만큼 이들의 관계 변화를 얼마나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볼까
“2년 동안 몰래 사내연애하던 남친이 재벌딸과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KBS Joy ‘연애의 참견’에 나올 법한 연애담을 드라마로 흥미진진하게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 원진아와 로운의 ‘케미스트리’(조화)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말까
사내연애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사람이라면 채널을 돌리는 것이 좋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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