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과 관련해 실손의료보험사-가입자간 갈등이 일고 있는 배경에는 무너진 공보험 체계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충적 성격의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는 것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원칙대로라면 실손보험이 본인부담상한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지금처럼 민간에서 법정본인부담을 커버하며 공보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경우라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본인부담금상한제는 비급여와 선별급여를 제외한 연간 본인 일부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소득 1분위부터 10분위까지의 본인부담금 상한액은 81만원(입원일수 120일 초과의 경우 125만원)~582만원으로, 건강보험공단은 이 금액을 초과한 의료비를 환급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사들은 요양급여 환급에 따라 본인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고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하고 있다.
정 교수는 “본인부담상한제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의료이용에 제한받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다른 말로 하면, 상한제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는 필수성이 약하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전 국민을 공보험이 커버하는 상황에서 민영보험은 보충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선택적 성향이 강한 비급여 부분들을 관리하는 게 민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보험의 역할과 의료비 증가 관점에서 볼 때 법정본인부담금인 본인부담상한 초과금은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현재 민영보험들이 건강보험에서 급여하는 항목도 보험금을 지급하며 공보험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원칙과 상관없이 지급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손보험의 상품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상한액을 넘어가는 급여를 실손에서 지급한다면 이중으로 보장을 받지 때문에 환자들의 가격의식이 떨어질 수 있다. 의료제공을 민간 제공자에게 맡기고 있는데, 환자의 비용의식마저 없으면 의료 오남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대신 실손보험 상품은 ‘비급여’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실손보험의 보험료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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