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19년 20.7세. 2020년 19.7세. 그리고 2021년 19.5세. T1 1군 로스터의 평균 연령이다. 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팀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것과 동시에 신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에포트' 이상호, '레오' 한겨례를 제외하면 모두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었다. 2020년부터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로스터에 대거 기용됐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1군 로스터에 데뷔1년차 신인이 3명이나 포함됐다.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개막 이후 3경기를 치른 T1은 총 6명의 선수를 기용했는데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하면 모두 데뷔 2년차 이하의 영건이다.
T1은 21일 오후 5시 온라인으로 열린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젠지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패했다. 첫 세트 승리를 따냈지만, 젠지의 조커픽인 '콩콩이 자르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2·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담원 기아에게 패배했을 당시 '졌지만 잘 싸웠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면, 젠지e스포츠전 패배 이후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증가했다.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는 팬들도 늘고 있다. 아울러 코칭스태프의 역량과 로스터 운용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행동이 팀 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을 제외하고 T1은 매번 스프링 스플릿 개막 이후 3경기에서 최소 2승을 얻었다. 2018년의 경우 T1이 극도로 부진했던 한해였기에,이번 시즌 초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팬들도 제법 있다. 다만 2018년과 달리 지금의 T1은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진급 선수들의 준수한 활약 역시 긍정적 요소다.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미드라이너 '클로저' 이주현은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이렐리아'로 솔로킬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텀듀오의 파괴력도 무시무시하다. 2021 스프링 첫 '펜타킬'의 주인공인 '구마유시' 이민형은 원거리 딜러가 할 수 있는 극한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데미지를 뿜어내고 있다. '케리아' 류민석 역시 뛰어난 플레이메이킹으로 지난해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정글러 '엘림' 최엘림의 경기력도 눈부시다. 갱킹과 성장 부분 모두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라이너들을 돕고 있다. 특히 미드라이너와 뛰어난 합을 보여주면서 협곡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T1의 레전드 '벵기' 배성웅 2군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슈퍼플레이도 종종 보여준다.
아직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오너' 문현준과 '제우스' 최우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문현준을 하얀 도와지에 비유한 양대인 감독은 그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최우제의 경우 대다수의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쇼메이커' 허수도 코라이즌e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에도 주목할만한 신인으로 최우제를 뽑았다.
'페이커' 이상혁, '테티' 박진성, '커즈' 문우찬 등 노련미를 더할 수 있는 베테랑 3인방의 존재도 T1에겐 든든한 보험이다. 박진성과 문우찬은 모두 솔로랭크 10위권을 유지하며 폼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상혁의 활약도 여전하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지난해 에이스로 활약한 '칸나' 김창동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까지 선수들의 호흡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평가다.다만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호흡을 맞춰간다면, T1은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양 감독은 지난 6일 스프링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스프링 시즌에 당장 (담원이) 서머 때 했던 것처럼 시원한 경기력을 바로 만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선수단의 힘이 정말 세지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했다.
여타 프로스포츠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유망주 중심의 리빌딩을 위해서는 일정부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리빌딩 과정이 매번 순탄한 것도 아니다.
아스널(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EPL)의 전설적인 사령탑 아르센 벵거 전 감독은 유망주 육성과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빅사이닝 대신 큰 잠재력을 가진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성향으로 인해 그의 재임시절, 아스널은 '벵거 유치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벵거 전 감독은 "유망주의 육성이 어려운 것은 '이 선수에게 출전 찬스를 주자'라는 각오와, 매주마다 정예 멤버를 보고싶어하는 전문가나 서포터를 적으로 돌리고서 '그딴 것보다도 너를 믿기로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다.
'T1 유치원'은 생각보다 빠르게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울러 팬들의 신뢰가 더해진다면, T1은 예상보다 빠르게 완전체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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