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1호'까지 온 국산 신약, 번번이 난항 … "가치 인정·지원 필요"

[기획] '31호'까지 온 국산 신약, 번번이 난항 … "가치 인정·지원 필요"

통상 소요기간 15년... 자금 조달 - 정부 규제 등 과정 마다 변수
올해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출범 계기 지원 확대 기대

기사승인 2021-02-03 03:00:04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신약 개발과 시장 진입은 오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산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개발 과정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성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1일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제다. 오는 4월 중으로 EMA의 판매 허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는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임상 3상 실시를 전제로 렉라자정의 조건부 시판허가를 결정했다. 유한양행은 2016년 바이오벤처기업 제네스코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 약 4년만에 렉라자정을 완성했다. 임상 1/2상이 실시 중이었던 2018년에는 얀센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산 신약 완성은 드물게 들려오는 낭보다. 렉라자정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31번째 신약으로 국산 신약 30호인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이 2018년 7월 허가를 받은 이후 3년만이다. 유한양행으로서는 지난 2005년 9월 항궤양제 ‘레바넥스’ 허가 이후 16년만에 두번째 신약 허가이다.

이는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신약개발에는 통상적으로 15년이 걸린다. 1만여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전임상시험에 활용할 물질 250여개를 선정하는 과정까지만 평균 5년이 소요된다. 전임상, 임상 1~3상을 완료하는 단계에는 8년이 필요하다. 허가당국에서 심사를 마쳐 허가를 받는 작업에는 2년이 걸린다. 회사의 연구개발 자금 조달이 불안정해지거나, 정부의 규제로 인한 변수가 생긴다면 소요 기간과 비용은 더 불어난다.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난관에 봉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출시되지 못한 국산 신약도 적지 않다. 31개 국산 신약 가운데 5개 품목이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품목허가를 자진해서 취하했다. 약가가 낮게 책정되거나, 개발을 지속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대비 예상 수익이 적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주’와 동화약품의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는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임상 3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올리타’도 임상 3상 실시를 전제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경쟁 제품으로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개발이 지속되지 못했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은 출시가 좌절됐다. 약가가 낮게 책정돼 원가 대비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품목은 2016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는데, 시벡스트로주가 12만8230원, 시벡스트로정이 10만7000원이었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경쟁 제품은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의 ‘자이복스’였는데, 시벡스트로주·시벡스트로정과 비슷한 약가로 더 많은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었다. 결국 동아에스티는 두 품목의 출시를 추진하지 못했다.

임상시험 진행에 차질을 빚고 품목을 유지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젬백스앤카엘이 개발하고 삼성제약이 판권을 가진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는 임상 3상 실시를 전제로 2014년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임상시험 조건에 적합한 참여 환자를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결국 기간 내 식약처에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지난해 8월 리아백스의 허가가 취소됐다.

신약의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복지부)도 이를 위해 국산 신약의 연구개발 대한 지원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 주요 연구개발 투자 예산은 5278억원으로, 전년 예산 4669억원보다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투입된 규모는 1334억원으로 전년 1248억원보다 6.9% 증가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업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출범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복지부는 이 사업통해 기업의 신약개발 추진력을 저하시키는 부처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전주기적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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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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