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최근 정치권의 화두였던 ‘국정농단 법관 탄핵소추안’이 드디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만 남은 가운데 오히려 정치권의 공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을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대상인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세월호 7시간’ 등 관련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탄핵을 추진했던 범여권에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사법권 독립을 남용해 헌법 질서를 파괴한 판사를 직접 탄핵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탄핵 표결 전 공개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녹취록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녹취록의 발언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임 부장판사 측은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담은 녹취록을 이날 오전 공개한 바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들을지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녹취록으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 징계조치 전에 사표를 내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 여러 차례 지적받아 왔다”고 덧붙였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 탄핵소추가 정당했다는 표현했다. 민 의원은 “판사라 하더라도 헌법 위반행위는 단죄해야 한다. 이번 의결이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국회의 의무이행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재판의 독립성이 강화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 지사는 “법관은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의 탄핵 이외에는 면직되지 않는다. 비록 형사처벌 대상이 아닐지라도 헌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며 “사법권 독립의 취지와 엄중함에 비추어 사법권독립을 악용하는 자의적 사법권행사에 대해서는 헌법에 따른 국민적 감시와 심판이 언제든지 작동 중이라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회의 법관탄핵이 진정한 사법독립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법관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정의당 역시 이를 크게 반겼다. 헌정사상 첫 판사탄핵의 원인은 사법부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매우 늦었지만 사필귀정이었다. 사법부는 정치권력과 결탁해 판결을 거래한 사법농단 법관을 솜방망이 징계하는 데 그쳤다”며 “우리 헌법은 반헌법적 행위를 저지른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오늘 탄핵소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이번 탄핵소추안이 지극히 정치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오전에 터진 김 대법원장 녹취록 논란과 관련해 여당과 사법부가 오히려 사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주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 우리나라는 중우정치(衆愚政治)의 민낯을 봤다. 아무런 실익도 없다. 명분마저 희미하다. 오로지 본보기식 길들이기 탄핵이다. 정권을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대법원장의 방조와 조력이 없었으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다. 진정 국민이 탄핵하고 싶은 대상은 일선 법관이 아닌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이들”이라며 “이제 역사와 국민이 민주당을 탄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민의당 권은희·이태규·최연숙 의원은 이날 “김 대법원장의 뒷거래로 성사시킨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에 반대한다”며 “사법신뢰 훼손으로 성사된 판사 탄핵소추안은 법치주의를 훼손한 위헌적 절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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