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태오 “솔직히 마음이 급해요…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거든요”

[쿠키인터뷰] 유태오 “솔직히 마음이 급해요…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거든요”

기사승인 2021-02-05 06:19:01
사진=유태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의 인물들은 각자 다른 종류의 위기를 겪는다.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은 이혼 소송 중인 전 남편이 자꾸 찾아와 신변 보호를 요청했고, 스키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진아(이연희) 남자친구에게 갑자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듣는다.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은 직원에게 사기를 당해 수천만원을 잃기까지 한다. 그에 비해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유태오)의 위기는 보이지 않게 조용히 찾아온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진행한 에이전시 계약이 발목을 잡으며 결혼을 약속한 오월(최수영)과의 단단했던 연인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유태오에게 유독 사랑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결혼 15년차인 그가 아내를 아끼는 모습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공개돼 화제를 모은 것이 관심의 이유였다. 실제로 유태오는 자신이 연기한 래환의 프로포즈가 “좀 더 로맨틱했으면 좋겠다”며 “무릎도 꿇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배우로서 ‘새해전야’에 출연한 이유를 설명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깊이 고민한 모습이었다.

“전 한 번도 못 봤던 연기나 영화에 출연하려고 해요.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야기를 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이전에 했던 것 말고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 도전 욕심도 많고요. ‘새해전야’는 래환의 신체적 장애가 오월의 관계에서 이슈가 안 된 게 정말 좋았어요. 그보다는 이 커플이 편견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영화가 밀도 있게 이리저리 오가는 느낌도 좋았어요. 대본을 재밌게 읽은 기억 밖에 없고, 대본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영화 '새해전야' 스틸컷

영화에는 운동을 하며 땀 흘리는 유태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건 그가 과거 진지하게 NBA 진출을 꿈꿨던 농구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태오는 정작 스노보드를 잘 타지 못한다며 웃었다.

“제가 사실 발을 잘 못 쓰는 사람이거든요. 축구도 잘 못 하고 스케이트도 잘 못 타요. 스노보드도 잘 못타지만 그게 제 도전정신을 자극한 거죠. 그래서 더 출연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준비하며 슬로프에 나가서 레슨을 받았지만, 전 제 스노보드 실력은 그렇게 좋지 못해요. 영화를 보면서 전 제가 직접 보드를 탄 장면인지, 아닌지가 명쾌하게 보이더라고요.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인 박항승 선수가 롤 모델이에요.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휴먼다큐를 통해 보여주신 분이라 리서치 할 때 많이 편했어요. 현장에도 계셨고 영화에 유인나 씨가 재활 관리해주는 장면에 나오기도 하셨어요.”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유태오는 인터뷰 도중 채팅창에 올라오는 질문을 직접 읽으며 조금 어색한 한국어로 대답하려고 애썼다. “외국에선 안부를 ‘너 어떻니’라고 묻는데 한국에선 ‘밥 먹었냐’고 묻는 게 익숙하진 않았다”는 유태오는 연기적으로도 한국에 와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사진=유태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독일에서는 연기를 심리적으로 분석할 때가 있어요. 가끔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선 배우들이 뭘 어떻게 준비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특별한 기술보다는 감과 깡과 정으로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답해요. 어떤 외국 배우들 못지않게 한국 배우들은 본능으로 하는 요소들이 있어요. 그건 공감능력이 더 뛰어나서 그런 것 같아요. 그걸 제가 조금 배운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 그런 센스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면에서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최근 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태오의 팬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작 유태오는 예능 출연 이후 SNS의 여성 팔로우 비율이 늘고 남성의 비율이 줄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에서도 배우로서도 유태오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아쉬움은 없다. 다만 아직 배우로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

“영화 홍보 차원에서 예능도 출연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남자 팔로우가 2~3% 낮아졌어요. 그럼 배우로서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남자 관객에게 어필되는 면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죠. 스토리도 연구하게 되고요. 다양한 모든 관객 분들이 매력적으로 여기고 대중화 될 수 있는 캐릭터가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그런 면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마음이 급하긴 해요. 보여줄 게 많은데 아직 못 보여드렸거든요.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한 단계씩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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