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억·7000만·40억…숫자로 본 스포티파이
2008년 스웨덴에서 탄생한 스포티파이는 2011년 미국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음원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포함해 93개국의 서비스 지역에서 3억4000만명가량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하는 음원은 7000만 곡 이상. 하루 평균 추가되는 신곡만 해도 4만곡에 달한다. 무엇보다 이용자와 에디터들이 직접 만드는 플레이리스트의 수가 압도적이다. 스포티파이는 장르·취향·청취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몇 년 간 K팝이 세계 팝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면서 K팝에 주력한 플레이리스트도 인기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K팝 플래그십 플레이리스트는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1800억 분 넘게 청취됐고, 그 규모 또한 7년간 20배 이상 성장했다.
◇ “고도의 개인화 전략으로 최고의 청취 경험 제공”
스포티파이의 최대 강점은 이용자의 취향과 청취 환경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풍부하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가 스포티파이 첫 접속 시 선택한 ‘선호 가수’와 청취 이력, ‘좋아요’ 표시 등을 분석해 ‘데일리 믹스’ ‘위클리 추천곡’ ‘신곡 레이더’ 등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음악 전문가로 구성된 에디터 집단이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도 이용자의 취향 및 청취 이력에 맞춰 제공된다. 8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만난 이쓰라 오메르 수석 매니저는 “개인화는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핵심”이라면서 “스포티파이는 최신의 알고리즘 기술을 사용하고 수천여가지의 시그널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최고의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이용자들이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차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인책으로 꼽힌다. 스포티파이 한국 지사를 이끄는 박상욱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의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전 세계 6위 수준”이라면서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함으로써 K팝 아티스트들이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짚었다. 이 외에도 스포티파이 한국 지사는 올해 안에 국내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고, 아티스트와 기획사를 위한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 국내 음원 없는데 월 이용료는 더 비싸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국내 음원 수급이 문제다. 스포티파이는 카카오M과 음원 서비스 계약을 맺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가수 아이유의 신곡 ‘셀러브리티’를 비롯해 장범준 ‘잠이 오질 않네요’, 산들 ‘취기를 빌려’ 등 인기곡을 스포티파이에선 들을 수 없다. 4년 전 국내에 진출한 애플뮤직 역시 국내 음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자리를 잡지 못했다. 박 디렉터는 “지속적으로 파트너들과 협의해 더 많은 음원을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월 1만원 이상의 이용료도 진입장벽이다. 해외에선 가능한 무료 서비스마저 국내에서는 제외됐다. 경쟁사들이 통신사와 결합한 할인 상품과 무료 이벤트로 이용자를 유치한 것과는 사뭇 다른 정책이다. 박 디렉터는 “가격보다 그 가격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면서 “듀오 상품을 이용하면 월 8000원대로 서비스를 즐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서비스가 훌륭하긴 해도, 국내 음원을 원활하게 수급하지 못한다면 확실하게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선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고 찾아 듣는 이용자보다 차트나 TV 등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음악을 흡수하는 이용자가 훨씬 많다. 때문에 스포티파이의 장점이 우리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가격 정책에 관해서는 “LG U+와 파트너십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만약 성사된다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스포티파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