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어먹고 뜯어먹고… 알약 앞의 겁쟁이들, 괜찮을까

씹어먹고 뜯어먹고… 알약 앞의 겁쟁이들, 괜찮을까

기사승인 2021-02-10 08:05:01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퇴근길 생리통으로 무너지는 몸을 끌고 약국에 들어갔다. 효과가 가장 강하고 빠른 진통제를 청했더니 액체가 담긴 연질캡슐 알약을 받았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엄지손톱만큼 큰 알약을 보자 긴장됐다. 몇초 간 고민 끝에 연질캡슐을 우지끈 씹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못한 선택이었다. 터진 캡슐은 끔찍한 맛이었고, 정수기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다 큰 어른에게 약사 선생님은 딸기사탕을 건넸다. 

알약만 보면 겁쟁이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딱딱한 조각이 목구멍을 긁으며 뱃속으로 내려가는 느낌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알약을 함부로 변형해 복용하면 안 된다. 끔찍한 맛 때문이 아니다. 약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작용을 경험할 위험도 크다. 

알약이 깨지면 알약의 치밀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약은 몸에 흡수되는 속도, 시간, 지점에 따라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다. ‘서방정’은 몸 속에서 서서히 녹아 성분을 천천히 방출하는 알약이다. 녹는 시간이 서로 다른 성분들을 순서대로 쌓아, 각각의 성분이 특정 시기에 몸에 흡수되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서방정은 제품명 끝에 'SR', ‘CR’, 'ER' 등이 붙는다. ‘장용정’은 녹지 않고 위를 지나쳐 장에 도달했을 때 분해되도록 설계된 알약이다. 제품 포장에 기재된 성상에 ‘장용성제’로 표시된다.

서방정을 부숴 복용하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약 성분이 몸에 흡수된다.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간식, 야식까지 모두 아침에 먹어버리는 셈이다. 특정 성분의 혈중 농도가 갑작스럽게 높아지면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장용정을 씹어 먹으면 약효를 보지 못하거나, 위장장애로 고생할 수 있다. 위산에 파괴되는 성분, 위에서 흡수되면 해로운 성분 등이 장용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용정은 우유, 이온음료, 제산제 등 알칼리성과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 장용정의 표면은 위산에 녹지 않고, 알칼리성 장액에 녹는 성분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알약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모두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는 것이 최선이다. 알약을 삼키기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셔주면 도움이 된다. 입 속과 목이 말라있으면 알약이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는다. 알약이 식도로 넘어가는 느낌이 오래 느껴지는 이유는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아서다. 알약을 삼킨 뒤에도 물을 200ml정도 더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약국에 가루약 조제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알약을 가루로 만들면 복용 방법도 달라진다. 약 성분이 몸에 적당량 흡수되도록 하려면, 소량의 가루약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번 먹게 된다. 예를 들면 하루에 한번 한알 복용하는 알약을 갈아 하루에 세 번 나눠 복용하는 식이다. 알약으로 복용했을 때와 다름없는 효과와 안전성을 위해 반드시 약사의 복약지도를 따라야 한다.
  
도움=정승연 의약품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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