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티빙·왓챠는 어쩌다 문체부와 싸우게 됐나

웨이브·티빙·왓챠는 어쩌다 문체부와 싸우게 됐나

기사승인 2021-02-17 16:20:31
(위부터)웨이브, 왓챠, 티빙 로고.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지난 5일 방송된 tvN ‘윤스테이’의 한 장면. 민박을 운영하는 배우 윤여정이 손님들의 이름을 외우는 데 한창이다. “모하마드, 카딤….” 열심히 이름을 되뇌는 윤여정의 모습 뒤로 가수 태연의 ‘왓 두 아이 콜 유’(What do I call you)가 흐른다. 그런데 이 장면을 IPTV(인터넷TV)에서 볼 때와 티빙에서 볼 때, 각 업체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납부해야 하는 음악사용료율은 상이하다. IPTV에게 적용되는 요율은 1.2%인데 반해, OTT 업체인 티빙은 1.5%를 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수정 승인한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안의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에 따른 것이다.

웨이브·티빙·왓챠 등 OTT 3개사로 구성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OTT음대협)는 문체부의 개정안 승인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서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7일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들은 “이번 소송은 승소를 위한 게 아니라 징수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호소하기 위한 절차”라면서 “신탁단체(음저협)가 저작권료를 관리하고 이용·허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공백을 개선하고, 신탁단체와 이용자 모두 저작권 산업에 발전적으로 기여할 방향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이사.
현재 승인된 음악저작권 징수규정 개정안 내 ‘영상물 전송서비스’ 조항에 따르면 일반 예능·드라마·영화 등 음악저작물이 부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영상물을 OTT로 서비스하는 경우, 업체는 ‘매출액×1.5%×연차계수×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음악저작권 신탁단체인 음저협에 지불해야 한다. 문체부는 1.5%에서 시작한 음악사용료율을 2026년까지 최종 1.9995%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1억원인 OTT 업체의 경우, 음악저작물사용료로 올해 150만원에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곱한 금액을 납부해야 하며, 2026년에는 199만9500원에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곱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OTT음대협은 문체부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7월27일부터 8월10일까지 18개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OTT음대협 측은 CP(콘텐츠 제작자)의 목소리가 생략된 데다가, 심의절차에 영향을 주는 음악산업발전위원회의 70%가 작곡가 등 권리자로 구성돼 OTT에 불리하다고 맞섰다.

개정안 내용을 두고서는 △평등원칙 위반, △재량권 일탈·남용 △저작권법 제105조 위반을 문제 삼았다. 특히 동일한 콘텐츠더라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IPTV에 적용되는 음악사용료율은 각각 0.5%, 1.2%인데 반해 OTT에만 높은 요율과 인상률이 적용됐고, 다른 플랫폼에는 없는 월정액과 연차계수가 OTT에는 적용된 반면, 매출 산정 과정에서 다른 플랫폼에 적용되는 공제 금액이 OTT에는 없다는 점이 차별적이라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 허승 왓챠 이사.
음악사용료율 결정 배경도 불명확하다. 앞서 음저협은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국내 매출액의 약 2.5%를 음악저작권료로 내고 있다면서, 국내 OTT 업체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허승 왓챠 이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자는 창작자가 아닌 넷플릭스”라면서 “자신들이 낸 사용료를 돌려받는 구조라 음악 저작권료로 인한 영향이 국내 업체보다 작다”고 반박했다. 문체부는 “기존 국내 계약 사례와 해외 사례를 참고로 하되, 국내 시장 상황과 사업자의 여건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했지만, OTT음대협은 음악사용료율의 근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웨이브는 문체부에 OTT 음악 사용료율 결정과 관련한 의견서와 심의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한다. 황경일 OTT음대협 의장은 “(음저협·문체부와) 소통이 원할했다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화를 거듭 요청했지만 OTT 업계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OTT음대협에 소속되지 않은 KT도 이번 개정안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OTT음대협은 “OTT 등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음저협에 대한 제도 개선과 문체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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