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K팝 기획사 ‘플랫폼 전쟁’

비대면 시대, K팝 기획사 ‘플랫폼 전쟁’

기사승인 2021-02-19 07:00:04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위쪽),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K팝 시장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플랫폼을 둘러싼 대형 기획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팝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커지는데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콘텐츠의 영역이 확장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K팝 기획사와 네이버·NC소프트 등 IT업체들의 협력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그룹(UMG)까지 합류하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 빅히트 손잡은 네이버, CJ와 머리 맞댄 엔씨소프트

K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 경쟁은 빅히트·네이버와 CJ·엔씨소프트의 양강 구도로 치닫는다. 네이버는 지난달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비엔엑스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기로 했다. 월 3000만 명 이상의 순 이용자를 거느린 영상 콘텐츠 플랫폼(브이라이브)과 방탄소년단·세븐틴 등 슈퍼IP를 가진 팬 커뮤니티 플랫폼(위버스)의 만남이다. 양사는 1년 동안 현재 서비스를 유지하며 통합 플랫폼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빅히트는 YG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빅히트와 비엔엑스가 총 700억을 들여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플러스에 투자한 것이다. YG플러스의 아티스트 글로벌 멤버십 관련 사업은 위버스를 통해 전개되고, YG플러스는 빅히트의 음반·음원 유통 및 MD 사업을 협업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새로운 K팝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를 전 세계 134개국에 출시했다. 강다니엘·아이즈원·몬스타엑스·(여자)아이들 등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K팝 스타들이 합류하면서 사전예약자 수만 400만명을 넘었다. IT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가 강점.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연구해 온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스타와 일대일로 통화하는듯한 ‘프라이빗 콜’ 등 새로운 콘텐츠로 초반 화제를 모았다. 영상·화보 등 오리지널 콘텐츠와 팬덤 활동에 따른 보상 등도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CJ ENM과 손잡고 엔터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다. 양 사는 지난달 콘텐츠와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데 이어 연내 합작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비욘드 라이브’ 무대에 오른 그룹 NCT 127.
■ 국경 허문 스트리밍 플랫폼…빅히트·UMG 맞손

코로나19로 투어길이 막히자 온라인 공연을 송출할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부산하다. 빅히트는 지난해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스위와 합작법인 ‘KBYK 라이브’를 설립하고 디지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베뉴라이브’를 출범시켰다. 베뉴라이브를 통해 송출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은 동시 접속자 수가 최고 75만600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고화질 영상과 멀티뷰, 라이브 채팅 및 응원봉 연동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최근 YG와 UMG가 공동투자하기로 하면서 베뉴라이브는 블랙핑크·트레저 등 K팝 스타는 물론 해외 팝스타들도 참여하는 글로벌 규모의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온라인 전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기획·운영하는 회사다. 양사는 SM의 콘텐츠 프로듀싱과 네이버의 기술력, JYP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창작력을 더해 ‘비욘드 라이브’를 세계적인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다. 이전까진 주로 SM과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비욘드 라이브’ 무대에 올랐지만, 해외 가수들과도 협업해 외연을 넓힐 전망이다. 조동춘 SM 센터장은 지난해 9월 한 포럼에서 “모두가 다 알만한 글로벌 팝스타의 비욘드 라이브 출연이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방방콘 더 라이브’ 멀티뷰 이용 모습.
■ “플랫폼 경쟁이 코로나19 때문? 사실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같은 움직임이 ‘K팝의 세계화’와 ‘팬덤 비즈니스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가 플랫폼 경쟁을 가속화하긴 했지만, K팝 팬덤이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팬덤 활동 기반이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K팝 그룹의 활동이 팬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기획사들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해 그 안에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위버스 등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독 경제 방식으로 운영하며 팬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자생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기획사와 IT 업계의 합종연횡이 K팝 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플랫폼에 탑승하지 못한 소규모 기획사 입장에선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평론가는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대형 기획사만한 자본이 없다면, 플랫폼을 구축해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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