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학교폭력

드라마 속 학교폭력

기사승인 2021-03-05 08:00:09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스틸 컷. 사진=JTBC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연예계로 번진 학교폭력 논란이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은 두 자릿수를 넘는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학교폭력 가해자를 연예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대중은 학교폭력을 철없는 장난이나 잠깐의 일탈이 아닌 명백한 범죄로 인식한다. 폭력 문제를 받아들이는 감수성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인물이라면 예외 없이 학교폭력이 등장할 정도다. 학교가 배경인 드라마에 폭력이 필수요소처럼 존재하는 건 곱씹을만한 일이다. 그만큼 일상적인 문제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다. 현실에서 풀기 어려운 학교폭력 문제는 드라마에서 대부분 속 시원하게 해결된다. 드라마 속 가해자는 죄값을 치른다. 드라마가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고발하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학교폭력을 강도 높게 묘사한다. 아이들의 폭력이 어른들의 세계를 닮았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즌1에서 가해자였던 유제니(진지희)는 시즌2에서 피해자가 된다. 배로나를 괴롭혔던 주석경(한지현)과 하은별(최예빈) 등은 새로운 타깃이 된 유제니에게 폭언을 일삼고 음식을 강제로 먹이며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조롱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제니의 어머니 강마리(신은경)는 딸의 가해 행위를 두둔했던 과거를 반성하지만, 여전히 가해자의 학부모인 이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도 마찬가지다.

2019년 방송한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의 비극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학교폭력이 피해자를 비롯해 그의 가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한다. 피해자가 학교 옥상에서 추락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학교폭력의 민낯과 함께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의 상반된 태도를 보여준다. 피해자의 부모는 아들의 추락 뒤에 있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지만, 가해자의 부모는 자식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부모의 비호 속에서 가해자들은 “장난일 뿐이었다”며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회피한다. 

KBS 드라마스페셜 2020 ‘나의 가해자에게’는 독특한 설정으로 학교폭력을 되짚는 단막극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보호자가 됐을 때 스스로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간제 교사 송진우(김대건)은 과거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았던 윤성필(문유강)을 새로 온 기간제 교사로 맞이한다. 학교폭력 경험자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꿈꿨던 송진우는 할아버지인 이사장의 힘을 이용해 진우를 정교사로 만들어 줄 테니, 자신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묵과해 달라는 학생의 요구를 듣고 흔들린다. 하지만 진우는 폭력을 당하는 피해 학생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으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한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도 체육계의 고질적인 위계 폭력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춘다. 육상선수인 기선겸(임시완)은 팀 후배인 김우식(이정하)이 팀 내 동료들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해자들에게 폭력을 가한다. 기선겸은 자신의 폭력을 스스로 문제 삼아 동료들의 폭행 또한 공론화시키려 하지만, 쉽지 않다. 감독 등 관계자들은 “흔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며 문제를 덮기에 바쁘다. 결국 기선겸은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폭력을 폭로하며 위계와 권력에 맞선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