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사 출신 임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졌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건축설계공모 및 건설관리 용역 사업 수주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에서 수의계약을 따낸 건축사사무소 상위 20개사(수주액 기준) 중 11개사가 LH 출신이 대표로 있거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한 해 LH가 체결한 2252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 중 LH 출신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11개 사업체가 체결한 수의계약 금액이 전체의 42.1%에 해당하는 948억8531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임직원의 이력이 공개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업계에서는 수주액 상위 30개사 중 90% 이상이 LH 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추측된다.
나머지 10% 업체들도 전직 LH 출신을 보유한 수주 주관사에 분담사로 참여하는 구조로 전직 LH 출신들이 건축설계 공모 및 건설관리 용역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LH 출신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회사에서는 사업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송 의원실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가장 높은 수주액(173억2060만 원)을 기록한 A사는 LH 전신인 대한주택공사 출신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LH 공공주택기획처장 출신이 파트장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주액 상위 2위(156억563만 원)인 B사의 경우 공동대표 3명 모두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 출신이다.
2018년 9월 설립된 G사는 불과 2개월 만에 LH로부터 17억1000만 원 규모의 건축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냈고, 지난해의 경우 총 65억8126만 원(3건) 규모의 건축설계 용역을 체결했다. 해당 회사의 대표는 LH 공공주택본부장(1급) 출신으로 업계에서는 LH 출신 신생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의심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 기업정보에 따르면 2018년 4억6000만 원에 불과했던 해당 회사의 매출액은 2019년 32억2385만 원으로 7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LH는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의계약 규정을 준수하며 공사 등 모든 용역 사업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업체 수주 사유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송언석 의원은 “LH 직원의 땅 투기로 대한민국이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LH가 그간 전관예우를 통해 수백억 원대 일감 몰아주기를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라며 “국정조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는 동시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 배만 불리는 데 몰두한 LH를 전면 재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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