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파고드는 新동북공정, ‘차이나 소프트워’

한국 문화 파고드는 新동북공정, ‘차이나 소프트워’

한중 ‘기묘한 문화 전쟁’… 맥락은?①

기사승인 2021-03-22 18:32:08

[쿠키뉴스] 김양균·박시온·이희정=지금 인터넷 공간에서 김치와 한복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사이에 기묘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명 ‘샤이닝니키 한복 사건’이 벌어졌다. 관련해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게임 샤이닝니키의 한국시장 출시 이벤트로 한복 차림의 게임 캐릭터를 선보인 바 있다. 곧 중국 유저들은 들끓었다. 이들은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 조선족의 전통복이기 때문에 ‘한푸(漢服)’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결국 게임사는 한복의 의관제도는 모두 중국과 같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주일 만에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비슷한 논란은 올 초에도 있었다. 중국 댓게임컴퍼니의 ‘SKY-빛의 아이들’에서 이른바 ‘갓 사건’이 불거진 것. 개발사는 시즌 업데이트에서 한국의 갓을 아이템으로 추가했는데, 업데이트는 해외 서버에만 추가됐고 중국 서버에는 중국식의 삿갓 아이템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갓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중국 유저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자국 누리꾼의 항의를 이기지 못한 개발사는 갓과 삿갓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고, 제노바 첸 대표는 한술 더 떠 “중국 송과 명나라의 모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정리하면, 중국 누리꾼은 한복이 한푸에 기원을 두고 있으니 중국 것이고, 한국 누리꾼은 한복은 한국의 전통복식이라고 반박하는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의 말이다.  

“(중국의) 게임 산업들이 굉장히 크고 있습니다. 요즘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강화하는데, 그 스토리텔링 중에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들이 그대로 학습될 가능성이 있어요. 또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제작이 됐을 때, 알면서도 잘못된 정보와 사실을 콘텐츠화 해서 수출하게 되는 굴욕적인 상황도 존재합니다. 문화산업적으로 매우 우려스럽죠.” 

박민재 성균관대 의상학과 겸임교수겸 한국궁종복식연구원 학예실장은 중국의 ‘한푸’ 역시 단일 문화에서 유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복식을 자국의 복식이라고 우기는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관복이에요. 그 관복의 옷스타일 자체는 또 다른 이민족들의 복식 이예요. 원류를 따지면 한족 복식이라고 말하기 어렵죠. 모든 문화는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기타 중국 주변의 국가들은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됩니다. 역사 사료 중에서 일부분만 취합해서 자신들이 유리하게 과장·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또한 중국의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김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진짜 김치는 중국 남서부 지역에서 유행 하는 유산균 발효 식품 의 한 종류이며 한국 김치 문화에는 중국 유교 문화 의 깊은 흔적이 있다.”

관련해 14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의 유명 유튜버인 ‘리즈치(Li Ziqi)’는 김치 담그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면서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소개했다. 영상 설명에는 ‘전통 중국요리(#ChineseCuisine)’, ‘중국음식(#ChineseFood)’ 와 같은 해시태그가 붙어 있다. 그런데 그녀의 3년 전 김치 영상은 ‘kimchi’라고 쓰여 있으며, ‘김치는 옌볜 조선족의 전통 음식(辣白菜是延邊朝鮮族的傳統食物)’이라는 설명을 붙여져 있다. 3년 새 ‘옌볜 조선족’이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 누리꾼은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중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의 설명은 다르다. “(김치와 파오차이가) 절임 채소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김치가) 파오차이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음식 문화로 발전했기 때문에 기원이 중국에 있다는 주장 자체는 어불성설이죠.” 또 나경인 뮤지엄김치간 소속 큐레이터도 전시관을 내방한 중국 관광객들에게 김치의 기원과 파오차이의 차이점을 설명하면, 그들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김치 종주권 논쟁’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은 서면 답변을 통해 “쓰촨성의 ‘파오차이’ 시장 확대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도 주요 요인”이라며 “김치와 문화 논란에서 중국의 공식적 입장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환구시보>, <공청단>, <사회과학원> 등의 게시글이 의혹을 방치하거나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4억 내수 시장

세종대왕, 김구, 반기문, 윤동주, 김연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사들에 대해 중국의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그들이 조선족의 대표인물이라고 정의한다. 설상가상 구글 중국판 위키피디아에 영어로 ‘koreans’이나 중국어로 ‘한민족’(韓民族)을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조선족’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뜨고, ‘한민족’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조선족으로 검색된다.

일련의 현상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은 논쟁의 배경이 중국의 대대적인 ‘애국주의’ 교육과 문화민족주의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아울러 중국 산업계의 글로벌 한류에 대한 견제 심리와 노이즈 마케팅에 의한 시장 확대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해외 문화를 견제하면서 14억 명의 자국민에 부합하는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거예요. 논란이 된 김치나 한복의 경우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족 구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거죠.”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치·한복 논쟁처럼 우리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문화적 산물에 대해 중국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현상. 한국의 고대사가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이 연상된다. 앞서 2003년 동북공정 논란 이후 2005년 단오와 관련, 한·중간 문화원조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은 김치나 한복 논쟁도 한국문화가 국제사회에 활발하게 소개되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중국 것으로 인식하려는 중국 측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인들은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동아시아 문화가 중국문화가 전파되어 형성된 것으로 인식한다. 중국이 미국과 같은 ‘문화강국’으로써 자신들을 문화의 종주국으로 인식하고 주변국을 문화의 ‘번속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최근 강화된 것에서 김치·한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동북아역사재단)


소모적인 싸움

인터넷에서 한·중 누리꾼 사이의 공방은 뜨겁지만, 우리 전통 문화 보존을 위한 연구와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집에서 김치를 많이 담그지 않고, 김치를 먹는 횟수가 줄어들어 우리가 김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게 되면,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난 후 중국에서 똑같은 문제 제기를 했을 때 ‘그래 그러면 정말 중국 건가?’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박채린 교수는 “한복이 전부 한푸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한복은 어떠한 중국의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만 발전되었다는 극단적인 의견들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김헌식 평론가도 우리나라의 이른바 원조 집착에 대한 강박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원조를 따지기 보단 그걸 바탕으로 해서 지금 어떻게 만들어냈느냐.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원조가 누구냐, 우리 것이 무엇이냐는 것도 적절한 대응은 아니에요.”

동북아역사재단도 “중국은 중화민족 중심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접점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더 자극하고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중국의 도전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는 국가와 문명이 태엽처럼 맞물려 서로 영향을 미치며 다르고도 비슷하게 발전해간다. 이러한 문화의 상호작용을 도외시한 채 모두가 내 것이라는 중국 쪽의 무리한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문화의 보존 및 계승 노력 없이 ‘원래부터 우리 것이었으니 우리 것을 건들지 말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

현 상황의 해결에 과연 도움이 될까? 

연출=박시온, 시각화=이희정, 촬영=변호인, 글=김양균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