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선생? 안양은 이제 설교수의 시대

단선생? 안양은 이제 설교수의 시대

기사승인 2021-03-24 13:57:28
안양 KGC의 외국인 선수 저레드 설린저. 사진=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저레드 설린저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올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 시즌 안양 KGC는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NBA 통산 7시즌 261경기를 소화한 얼 클락이 내외곽을 휘저으며 공격을 이끌거라 예상했지만 슈팅 일변도의 단조로운 플레이만 고집했고, 22경기만 소화한 뒤 결국 팀에서 퇴출됐다.

KGC는 클락의 빈 자리를 지난 시즌에 맹활약을 펼친 크리스 맥컬러로 메웠다. 하지만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던 맥클러는 지난 시즌만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상대 외국인 선수들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맥컬러 역시 21경기를 뛰고 KBL 무대를 떠냐야했다.

KGC의 3번째 선택은 설린저였다. 설린저는 NBA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2012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된 그는 총 5시즌 동안 269경기에 출전,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프로농구(CBA)를 거쳤다.

득점력과 시야, 돌파 능력 등 흠 잡을 데가 없는 설린저는 당장 KBL에서도 통할 선수로 평가 받았다. 이전까지 쌓은 경력으로 치면 KBL에서 역대급 선수로 뽑을 만한 외인이다.

다만 최근 두 시즌을 부상으로 거의 소화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김승기 KGC 감독 역시 "2년간 경기를 거의 뛰질 못했다. 여기에 2주 격리 후에 2일 연습하고 실전 경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걱정과는 달리 설린저는 KBL 무대를 밟자마자 폭격하고 있다.

설린저는 6경기에서 평균 26.5점 11.7리바운드를 몰아쳤다. KGC의 약점이던 골밑을 해결했다. 이전에 퇴출된 외인들은 외곽에서 몸을 사리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설린저는 KGC의 빅맨 역할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KGC는 설린저 합류 후 평균 37.8개의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같은 기간 팀 리바운드 4위로 올라섰다.

설린저는 운동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순발력이나 점프력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이를 슈팅 능력과 센스로 메우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4.1%이며 야투 성공률은 54.5%에 달한다. 빅맨이라고 믿기 힘든 수치다. 자유투 성공률은 83.3%로, 파울로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순간적인 판단도 뛰어난 선수다. 상대가 기습적으로 협력 수비를 붙으면 침착하게 공을 빼준다. 빈 곳을 찾는 설린저의 센스가 돋보인다. 설린저의 침착함이 국내 선수를 살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성현은 설린저와 뛴 6경기에서 평균 18.2점을 넣었다. 성공률은 무려 59.5%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재도도 평균 어시스트가 5.4개였지만, 설린저 합류 후 6경기 동안 7개를 기록할 정도다. 문성곤 역시 6경기에서 평균 2개의 3점을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의 핵심 빅맨 오세근이 부활하고 있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에 고전하며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오세근은 설린저 합류 후 10.3점 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출전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설린저와 오세근의 호흡도 눈에 띈다. 두 선수의 하이-로우 플레이는 알면서도 못 막는 패턴이다.

설린저 합류 후 5승 1패로 KGC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자 과거 안양 SBS(현 안양 KGC)에서 활약하던 단테 존스가 소환되고 있다. 존스는 2004~2005시즌 후반 하위권에 처져 있던 SBS를 이끌고 15연승을 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당시 16경기에 나와 29.4점에 12.1리바운드 기록하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경기력뿐 아니라 팬서비스, 쇼맨십도 남달라 ‘단테 신드롬’까지 불러일으켰다.

당시 존스가 한 수 위의 기량으로 KBL을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단선생'이라는 애칭이 붙었는데, 팬들은 존스 못지 않는 활약을 펼치는 설린저를 두고 '설교수'라고 환호하고 있다.

설린저가 더 무서운 점은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몸이 더 올라온다면, 미드레인지 점퍼도 들어가기 시작한다면 점수를 더 넣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금 몸은 70%로 보고, 플레이오프 100%를 맞추려고 한다. 뛰면서 체력을 만들겠다고 한다. 몸이 올라오면 집중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 승부처에 자유투를 100% 넣는 것 보면 역시 다르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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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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