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아 집가자” 잠수교 쪽지 속 아들, 숨진 채 가족 곁으로

“막둥아 집가자” 잠수교 쪽지 속 아들, 숨진 채 가족 곁으로

기사승인 2021-03-25 10:16:52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 지하차도 다리 난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김씨를 찾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가족이 서울 서초 반포동 잠수교 지하차도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 애타게 찾던 김성훈(25)씨가 동작대교 밑 한강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실종된 지 17일 만이다.

김씨 가족은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 같은 소식을 직접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김씨를 찾아달라며 올렸던 ‘처남이 실종됐어요 잠수교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내용을 덧붙였다.

김씨 누나는 “24일 아빠에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다”면서 “서울 가서 확인해보니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우리 막둥이 많이 상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막둥이는 발뒤꿈치만 까져도 ‘아프다 아프다’ 했다. 무서운 얘기 하면 유치하다고 허세부리다 잘 때는 방 불 켜고 자는 아이였다. 많이 무섭고 춥고 외로웠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훈이 데리고 해남으로 간다”면서 “부모님께서는 우리 아들 배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 차려줘야 한다면서 ‘어서 가자 성훈아 어서 가자’ 하시며 계속 우신다. 마음이 찢어진다”고 적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 지하차도 다리 난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김씨를 찾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정진용 기자 

끝으로 “이번에 성훈이가 실종된 뒤 가족처럼 같이 찾아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면서 “저희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 너무나 감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7일 잠수교 북단 방향 갓길에 차량을 세워둔 채 사라졌다. 차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차량에 남겨진 휴대폰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1분짜리 동영상도 발견됐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12일부터 한강순찰대와 잠수부를 투입하는 등 김씨를 찾아왔다.

김씨 실종 소식은 잠수교 난간에 붙은 포스트잇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족이 올린 글이 널리 퍼지며 알려졌다. 김씨 어머니와 누나는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와 막내인 김씨를 수소문했다. 혹여라도 김씨가 다시 잠수교를 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리 곳곳에 일일이 손으로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아들아 어서 집에 가자’ ‘연락 좀 해다오. 엄마는 아들이 필요해’ ‘사랑한다 많이많이’ 등 절절한 심정이 담겼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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