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는 25일 “학내 입시 상설기관인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가 2015학년도 의전원 입학생 조씨의 입학 의혹에 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대 입학전형 공정 관리위원회’는 학내외 위원 25명으로 구성된다. 입학전형 관련 비리와 부정을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지난해 12월 조씨의 입학 서류에 대해 재판부가 허위라고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석달 간 조치를 미뤄왔던 이유에 대해 “학교 조사만으로는 진위를 밝혀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위원회 논의 결과가 나오면 법리 검토를 거쳐 대학 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의전원 입학이 취소 결정이 날 경우 조씨 의사 면허는 취소된다. 다만 조씨가 대학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할 경우 법정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조씨의 의사 자격은 유지된다. 국립대의 경우 행정처분으로 입학 취소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도 낼 수 있다. 조씨는 지난 1월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8차 교육신뢰회복 추진단 회의에서 조씨 부정 입학과 관련해 법원 최종 판결 전 부산대가 학칙에 따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놨다.
유 부총리는 “부산대는 학내 입시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일련의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입학취소권한을 가진 대학이 학내 입시부정 의혹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부는 거짓 자료를 제출해 입학한 학생에 대해 대학의 장이 의무적으로 입학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 고등교육법은 조씨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조항이 2019년 12월 신설됐고, 관련 시행령이 마련돼 작년 6월부터 시행됐기 조씨에게 소급 적용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유 부총리는 법원 최종 판결 전 입학 취소 가능 여부에 대해 ‘대학이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재차 못을 박았다. 공을 부산대에 넘긴 셈이다.
부산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전까지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뒤에야 조씨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부산대는 지난 22일 대학 내 공정성 관리위원회와 전담팀을 구성해 조씨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조속히 결론을 내리겠다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지난 8일 교육부가 부산대에 의혹 해소를 위한 조사계획을 세워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에 따른 후속 대처다.
부산대 입학본부는 정 교수 1심 판결이 나온 뒤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면 학칙과 모집 요강에 근거해 심의기구를 열어 논의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의 입장 선회는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대표 이종배)은 지난 1월 교육부에 “조씨 입학 비리를 특별감사해달라”는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보수단체 ‘자유법지센터’는 유 부총리를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조씨가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활용한 이른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조씨가 서류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정 교수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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