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82.9%, 지난해보다 재산 늘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2021년 국회의원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국회의원 298명 중 82.9%인 247명의 재산이 1년 전보다 증가했다. 2019년(73.5%) 재산 증가율보다 9.4%p 뛴 수치다.
재산 증가자 중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증가자가 141명으로 가장 많았다.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은 18명, 10억 원 이상은 9명이다. 전체 국회의원 중 168명(56.3%)은 지난해 재산이 1억 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은 46명, 5000만 원 미만은 33명이었다.
1년 새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의원은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윤 의원은 350억 893만 원을 신고했다. 지난해 대비 184억2040만 원 증가한 금액이다. 상장주식 매각과 비상장주식 가액이 변동되며 재산이 늘었다.
증가 폭 2위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다. 박 의원은 453억1148만 원(139억63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박 의원도 비상장주식 가액 변동이 컸다. 본인이 소유한 박정어학원 등 비상장법인주식이 평가방법 변경으로 30억6717만 원에서 141억2392만 원으로 급등했다. 부동산 가액도 40억186만 원 상승했다.
민주당 홍익표, 국민의힘 박성중·안병길, 박병석 국회의장, 국민의힘 정점식, 민주당 김회재·김병욱 의원 등도 10억 원 넘는 증가 폭을 신고했다.
298명 의원의 평균 재산은 28억4017만 원으로 집계됐다. 500억 원 이상 자산가 2명(전봉민·박덕흠)을 제외하면 23억6136만 원이다.
가장 재산이 많은 의원은 무소속 전봉민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해 말 ‘재산 편법증여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642만 원 증가한 914억2087만 원을 신고했다. 2위는 무소속 박덕흠 의원으로 559억8854만 원(352만 원↑)을 신고했다. 박 의원도 지난해 9월 이해충돌 논란 등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어 ▲민주당 박정 의원 453억1148만 원 ▲무소속 윤상현 의원 350억893만 원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286억288만 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216억1515만 원 ▲무소속 이상직 의원 177억5729만 원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129억2346만 원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119억1605만 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15억2962만 원 등이 100억 원 이상으로 4~10위를 차지했다.
“코시국도 피해 가는 금배지의 위엄”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국회의원 다수의 재산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은 ‘허탈함’을 토로했다. 관련 기사 하단에는 “국회의원 한번 하면 3대가 먹고사는 재산이 생긴다는 게 사실인 듯”, “부자는 다 국회에 모였다”, “어디서 벼락이라도 맞았나”, “재산증식 노하우 좀 알려줘라”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코로나19 상황 속 재산 증가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몸살을 앓았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4차례나 편성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작년 전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고위험 자영업자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부채비율(LTI)은 지난해 3월 말 195.9%에서 12월 말 238.7%로 큰 폭 상승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반면 매출은 4.6%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한 누리꾼은 “서울 명동만 가도 가게들에 ‘폐업’이 줄줄이 붙어있다. 실업자도 수두룩하고 청년 백수도 넘쳐나는 판국에 1년에 재산이 1억이나 넘게 늘었다니 재주도 좋다”고 비꼬았다. “코시국(코로나 시국)은 국회의원만 피해가나 보다”, “국민은 세금이 늘어 힘든데 국회의원은 소득이 늘고 있다” 등 유사한 댓글도 이어졌다.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A씨(25·여)는 “요즘 부동산이든 직업이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잘 와닿지 않았는데 국회의원들 재산을 보니 뼈저리게 느낀다”며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시민층에 있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정말 좋은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권 대학에 재학 중인 B씨(26·남) “고정수익이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격차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됐다. 있는 사람들이 투자로 더 돈을 버는 사회가 됐다”며 “탓할 순 없지만 박탈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