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비싸지는 ‘가다실9’…“인상 폭 지나치다, 비싸서 못 맞아”

15% 비싸지는 ‘가다실9’…“인상 폭 지나치다, 비싸서 못 맞아”

기사승인 2021-03-30 03:00:01
사진=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9'. 한국MSD 제공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9'의 가격 안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궁경부암 주사 가다실 9가의 금액 인상 반대와 보험료 적용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가다실9 (가격이) 4월부터 인상된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며 “최대 15% 인상이면, 못해도 50만원에서 7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어 HPV 백신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가다실 9가 주사의 (가격) 인상 반대와 보험 적용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가다실9는 시중 HPV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제품이다. 최초 접종 후 2개월, 6개월 뒤에 2회 추가 접종이 이뤄져 1년 이내 총 3회 백신을 맞으면 접종이 완료된다. HPV는 성관계를 매개로 감염되며 16, 18, 52, 58형 등 일부 고위험군 HPV는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등을 유발한다.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한국MSD는 오는 4월1일부터 가다실9의 공급가격을 15%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다실9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며,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1회(3회 접종 필요) 접종마다 약 15~20만원의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3회 접종을 마무리하기 위해 6~9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이에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의료기관에서도 가격 인상을 반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격 인상은 공급 회사의 재량이지만, 인상 폭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유인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가격 인상 전 접종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중간 도매상에서는 가격 인상을 기다리며 물량을 풀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가격 변화가 5% 내외 수준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손실을 감당하게 되는 상황도 예상된다. 가다실9는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하는 백신인 만큼, 첫 접종 시점에서 3회 비용을 선결제하는 병·의원들이 적지 않다. 인상 전 가격으로 선결제한 이들에게 4월1일 이후 인상 가격으로 공급받은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백신 가격과 접종 비용은 동일한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유 위원장은 “가다실9의 가격이 15% 오른다고 해서 병·의원이 갑작스럽게 접종 가격을 15% 인상해 받을 수는 없다”며 “의료기관의 마진율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MSD는 전 세계적으로 가다실9 가격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MSD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의약품 및 백신의 가격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약품 및 백신 가격에 연간 소폭의 인상을 적용한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의약품과 백신 가격을 인상했거나, 앞으로 인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다실9 가격 인상 배경에 대해 “백신은 생산 기간이 길고 과정이 복잡하며 품질관리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광범위한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다”라며 “의약품과 백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