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 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어 최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은 최 회장 측 변호인의 기록 검토 미비로 공전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은 3만8000여 쪽에 이르는 사건 기록 검토 등 이유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기록복사가 어제부터 가능했다. 기록 양이 많아 최소한 2주 정도 기록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공사실·증거 인부에 의견을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재판이 공전 돼서는 안 된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구속사건이고 즉시 처리를 요구하는 중요 사건"이라며 "구속기간 내에 사건을 처리하는 게 재판부의 목적이다. 사건을 공전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공판 준비가 덜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변호인 의견서를 법정에서 처음 받았다"며 "쟁점 사항은 다음 기일에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찰에 "그것도 준비가 되지 않았냐"고 지적하면서 "재판부가 끌려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다그쳤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로 2~3개월을 보내는 것은 절대 안된다. 이렇게 되면 (재판이) 몆년이 걸릴 수 있다. 구속사건으로 진행하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건 원치 않는다"며 "다음 달 12일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 더 열고 이후 22일부터는 정식공판을 매주 목요일 진행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피고인에 대한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재판 준비를 잘해 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공전됐지만 공판 진행 순서, 수사기록 열람 등을 놓고 검찰과 최 회장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오갔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기록 복사 허가를 늦게 해 재판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수사기록이 3만8000쪽에 달하고 진술인 만 120여명에 달하는데 검찰이 최 회장을 구속 기소한 이후 24일 이 지나서야 수사 기록 복사를 허용했다"고 항의했다.
검찰은 변호인 항의에 대해 "관련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부 증거에 열람을 제한했다. 추가 수사는 지주사와 관련한 것이고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상당부문 혐의를 인정한 것도 있고 스스로 변호한 부분도 있다"며 "변호인 측이 증거 인정한다면 입증 절차가 간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2020년 11월까지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6개 회사를 운영하면서 개인 골프 사업과 호텔 빌라 거주비, 가족 허위 급여 등으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달 18일 구속했다.
한편 최 회장은 최종건 선경그룹(현재 SK그룹) 창업자의 둘째 아들이다.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지난 2015년 3월 SKC 대표이사에 물러난 지 1년 만에 SK네트웍스 대표이사에 오른 최 회장은 첫 출근 당시 회사 1층 로비에 있는 최종건 창업주 동상에 큰 절을 하면서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체로 다시 반석 위에 올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네트웍스는 최종건 창업주가 1953년 세운 선경직물이 모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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