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외쳤던 정부‧여당… 결국 부동산으로 ‘자살골’

‘적폐 청산’ 외쳤던 정부‧여당… 결국 부동산으로 ‘자살골’

‘투기와의 전쟁’ 외쳤던 文, ‘부동산 문제’로 참모 연속 낙마
여당 의원들 투기 의혹도 쏟아져

기사승인 2021-03-31 05:00:04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을 위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이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임기 내내 ‘적폐 청산’을 내세웠던 정부와 여당이 LH 투기로 시작된 ‘부동산 논란’에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청와대 참모들부터 국회의원들까지 부동산 투기‧내부 정보 활용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민심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29일 김상조 정책실장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임대료 상한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린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온갖 논란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빠르게 반응한 이유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그동안 청와대의 경제 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부동산 논란은 김 전 실장에 그치지 않는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우선 지난 2018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흑석동 재개발지역 상가를 구입하며 투기 논란에 시달렸다. 10억 원을 은행 대출로 충당한 뒤 약 25억짜리 건물을 샀다. 이후 상가 건물을 매각하며 차액 약 9억 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참모들의 1주택 보유 기조에 맞춰 잠실 아파트를 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내놔 논란이 됐다. 결국 그는 직 대신 아파트를 선택했다. 

여당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26일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경찰청이 양향자 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사건을 검찰에서 넘겨받아 시도경찰청으로 배당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경기도 화성시의 토지 매입과 관련해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특수본은 서영석 민주당 의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인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를 조사했다. 법세련 측은 서 의원이 지역구인 부천 소재의 토지와 근린생활시설을 매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상조 전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과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서영석 의원 측은 지난 18일 민주당 윤리감찰단 대면조사를 마쳤다고 밝히며 “고강동에 매입한 토지가 3기 대장신도시와 전혀 무관함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해명했다. 

양 의원 역시 3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내사자인 것과 관련해 아무것도 통보를 받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의혹 자체만으로도 정말 죄송하다”며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공직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상황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LH 논란과 맞물리면서 집권에 관한 명분을 이미 크게 잃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며 다주택자를 ‘적폐’라고 규정해온 탓이다. 보궐선거를 앞둔 민심의 경고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문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외쳤던 “부동산 투기는 적폐”라는 주장이 ‘자살골’이었던 셈이다. 

황규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 30일 논평을 내고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며 “임대차3법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볼모 삼아 자신의 사익을 꿋꿋이 챙겨간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위선에 온 국민이 분노하는 가운데도 정부여당은 여전히 반성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성찰도 없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청와대가 투기 논란으로 시작된 민심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보궐선거 이후 여당 쪽에서 문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mobydic@kukinews.com
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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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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