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은 3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판3선승제) 3차전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2대 3(23-25 22-25 25-19 25-17 7-15)로 패배했다. 앞선 2차전을 모두 내준 흥국생명은 3차전까지 내리 패배하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11년 만에 친정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던 김연경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며 '봄배구'를 마무리 지었다.
2005~200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던 김연경은 2008-09시즌을 마친 뒤 해외로 떠났다. 일본, 터키, 중국, 터키 등에서 뛰었던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전격적으로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출발은 좋았다. 기존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흥벤저스(흥국생명+어벤저스)'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 불리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 GS칼텍스와 차이를 크게 벌리면서 정규리그 1위를 손쉽게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4라운드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사태가 터지면서 흥국생명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전 세터와 레프트의 이탈 속에, 주장 김연경은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을 끌어갔지만 아쉽게도 정규리그 1위를 GS칼텍스에 내줬다.
분위기를 추스른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IBK기업은행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막판 오른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했지만 끝까지 힘을 내며 팀을 챔프전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여제도 GS칼텍스라는 거함은 만만치 않았다. 1·2차전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59.09%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부족한 공격 점유율로 13득점에 그쳤다. 2차전에서는 11득점으로 다소 부진했는데 공격 성공률마저 28.57%에 그쳤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3차전.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열의를 태웠다.
김연경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2세트까지 내리내주면서 패배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팀원들과 함께 초인적을 힘을 발휘했다.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따내며 최종 5세트까지 경기를 끌고갔다. 모두가 '만화 같다'며 이들에게 박수를 쳤다.
그러나 모든 체력을 이전 세트에 쏟은 탓에 김연경은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5세트 초반 연달은 실점에 흥국생명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졌고, 결국 GS칼텍스에게 우승컵을 홈 경기장에서 내줬다.
김연경은 이날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도 팀 내 최다인 27점에 공격 성공률 52.17%로 고군분투했으나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팀원들이 모두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상황에서도 그는 리더답게 동료들을 한명 한명 포옹해주며 아쉬움을 달랬다. 준우승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김연경은 많은 고생을 한 후배들을 격려했다. 주전 세터와 레프트과 없는 상황 속에서도 누구보다 빛났던 김연경이다.
다사다난했던 시즌을 마친 김연경의 차기 행선지는 아직 미정이다.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맺은 그는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 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으로 터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김연경은 올 시즌을 마친 뒤 다시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외신을 통해 이탈리아, 터키 구단들에서 김연경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김연경 역시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봉 대폭 삭감까지 감수하면서 택한 V리그. 올해가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했어도 그는 끝까지 당당했던 '여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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