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뭇매를 맞고 있다. 총장 퇴임 직후 정치권 직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월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유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호’였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며 ‘마지막 책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총장직을 걸고 중수청을 저지하겠다는 결단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의 마지막 퇴근길은 환호와 응원이 가득했다. 3월 4일 오후 6시쯤 대검찰청을 나서는 윤 전 총장 앞에는 검찰 직원 수십 명이 나와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대검 1층 전광판에는 ‘총장님 사랑합니다. 제43대 윤석열 검찰총장 퇴임’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윤 전 총장은 단숨에 대선주자 1위 반열에 올랐다. 직을 던진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날개를 달고 치솟았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의뢰)가 지난달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에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은 29.0%로 오차범위 내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6%,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13.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평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의 ‘정치 행보’가 질타의 대상이 됐다. 독립된 수사기관의 수장은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역대 총장들은 퇴임 뒤 정계와 선을 그어 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달랐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뒤 처음으로 내놓은 발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 비판이다.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직격한 것. 검찰 현안 ‘중수청’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였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장외정치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일부 언론을 콕 찍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능수능란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만남, 어린 돌잡이 사진 등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벌써 띄우기가 시작된 것인가”, “윤석열 우상화 작업”, “옛날 사진은 왜 올리는가”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4·7 재보궐선거에 야권 힘실어주기를 자처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 (이번 선거는)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일갈했다. 보궐선거의 귀책사유가 여당에 있다는 점을 재차 부각한 것이다.
정치권은 ‘정치검사’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정치검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어렵게 가꾼 민주주의의 정원을 망치는 독초와 같다”고 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검찰총장을 지냈던 분이 할 말씀이 아니다”며 “선거를 앞두고 사퇴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이 한 편을 들어서 선거 발언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이 정치적이구나 (라는 불신을 준다)”고 질타했다.
현직 검사도 윤 전 총장 행보에 일침을 가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31일 검찰 내부망에 ‘윤 전 총장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 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비판했다.
현직 검사가 실명을 내걸고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지청장은 현 정권의 검찰개혁 관련 정책을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을 지지해온 검사다. 박 지청장은 “윤 전 총장께서 비록 현직은 아니지만, 검찰의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나감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사직 글에 남긴 자신의 댓글을 인용, “정치 활동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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