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삽입 의료기기 소분판매 금지?…“제도적 보완 필요”

인체삽입 의료기기 소분판매 금지?…“제도적 보완 필요”

낱개단위 보험 적용, 가납 형태 유통구조로 업계 손실 불가피

기사승인 2021-04-03 05:07:01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스텐트 등 인체 삽입 의료기기의 위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의료기기 개봉·소분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기 공급부터 유통까지 관리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왜곡된 의료기기 유통구조 탓에 이러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업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및 보험수가에 대한 관리 제도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포장제품 개봉 즉시 유통경로 추적 불가…‘UDI 실효성’ 위한 개정안 발의

최근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 활용이 확대되고 관련 의료기기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상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인체 이식형 의료기기의 이상사례 건수는 2016년부터 작년 8월까지 총 3만 2735건에 달한다. 이 중 사망이나 장애를 초래하는 ‘중대한 이상사례’는 1498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 2019년에는 길이, 직경, 모양 등 허가사항과 다른 혈관용 스텐트 약 4300여 개를 생산해 대학병원 등 136개 의료기관에 납품해 온 업체가 적발돼 불법 의료기기 제조·유통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점검 결과, 해당 업체는 제품 포장 사자에 허가받은 모델명을 거짓으로 기재하고, 의료기관이 비허가 제품을 구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도면을 추가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기 통합정보시스템을 인체 위해성이 높은 4등급 의료기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또 의료기기에 표준코드(UDI) 부착을 의무화하고 생산단계부터 환자 공급단계까지 제조·유통 내역을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제조·수입업자가 정하는 최소 포장 단위별로 표준코드를 부착하기 때문에 완제품 의료기기를 개봉, 소분해 판매하는 경우 제품의 유통경로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에 복지위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제품 봉함 의무화 및 개봉 판매 금지 제도를 명문화하는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식품·의약품 분야는 봉함한 완제품을 개봉해 소분 판매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으나, 의료기기의 경우 개봉금지 및 봉함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체 이식 의료기기 등 위해도가 높은 제품의 유통관리를 강화하고, 위·변조 등 불법 의료기기 유입 경로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의료기기 표준코드(UDI) 규정.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업계 손실 방지 위해 ‘박스 단위’ 보험적용 필요 

업계에서는 낱개별로 보험수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분판매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A업체 관계자는 “환자마다 신체 구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스텐트만 해도 길이, 크기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또 각 치료재료별 보험수가도 낱개로 적용되기 때문에 박스단위로 의료기관에 공급하더라도 병원은 낱개로 사용하고 남은 것을 반품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기가 ‘가납’ 형태로 공급되고 있어 의료기관에서 박스 단위로 포장된 제품의 일부만 사용할 경우 업체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납은 병원에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물품을 미리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마다 수술에 필요한 기기의 모양, 크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 종류별로 비축을 해둘 수밖에 없는데, 그걸 대리점이 미리 납품하면 사용한 만큼 병원에서 보험청구를 하고 계산서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직접 구매한 물품이 아니고, 재고가 쌓여있으니 거기에 대한 오너십이 없다. 파손되거나 분실되면서 오는 피해는 공급업체가 다 떠안고 있다”면서 “가납으로 한 박스를 갖다놔도 반품을 하는데, 만약 한 박스에서 3개, 다른 박스에서 5개식으로 기기를 쓰고 반품을 하면 그 피해는 결국 업체가 지게 된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낱개단위로 적용되고 있는 보험급여를 박스 단위로 확대하는 제도가 함께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실제 치료재료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UDI 부착 및 공급내역 보고 의무화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참고로 UDI는 최소 명칭단위(모델명별. 한 모델에 복수의 제품이 존재할 경우 제품명별)으로 생성하고 있으며 공급내역 보고는 이 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조업자, 수입업자, 판매업자, 임대업자’가 ‘의료기관, 판매업자, 임대업자’에 공급한 경우 그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그는 “UDI 등록을 한다고 해도 수천개의 제품의 유통 과정을 마스터파일만 보고 빠르게 확인하긴 어려울 거다. 전주기적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의료기기를 공급한 내역은 남겠지만 그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다. 어떤 병원의 무슨 과에 보관돼 사용됐는지 알 수 없고, 공급 과정 자체도 투명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검증 절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 관계자는 “공급된 의료기관은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기관 공급시 공급내역에 포함돼야 하는 의료기관의 정보는 ‘상호, 사업자등록번호, 요양기관번호’”라면서 “공급내역 제도에서 진료과와 환자명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소분판매 금지법’ 통과시 하위법령 개정…‘업계 고충’ 수렴

국회와 식약처는 UDI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분판매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기기 소분판매로 인한 안전사고 사례가 많아서 해당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이러한 사례가 내부고발이 아닌 이상 바깥으로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법안이 발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포장된 제품이 개봉되고 나면 UDI코드 실효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같이 가야 한다. 만약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어느 환자에게 시술됐는지까지 보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수가나 공급 과정 등 법안의 실효성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다면, 업계에서 의견을 주면 법안 심사과정에 반영하겠다. 특히 수가 부분은 의료기기법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정책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기관에 들어간 제품 관리도 현행 의료기기법으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업체들의 부담이 있는 것 같다. 따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서 고충을 들어보고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점검해 문제되는 부분들을 기술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라고 부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발의안처럼 인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나 개봉해 유통하는 경우, 오염 또는 변질의 우려가 있는 의료기기는 산업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하위 법령에서 대상제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법 통과 후 하위법령 개정 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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