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트 조사'로 발등 찍은 공수처...출범 2개월여만 위기

‘에스코트 조사'로 발등 찍은 공수처...출범 2개월여만 위기

기사승인 2021-04-05 15:53:42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초반부터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5일 기준 김진욱 공수처장을 처벌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접수된 고발장은 모두 3건이다. 복수의 시민단체가 김 처장을 고발했다. 김 처장이 받는 혐의는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등이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 2일 김 처장을 고소하면서 “김 처장이 이 지검장 편의를 위해 관용차를 제공했으며 이 지검장에 대한 신문 내용을 조서 형태로 기록하지 않고 간략하게 면담 보고서만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제 조사를 연상시키는 김 처장의 수사 편의 제공은 불법적인 특혜로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죄를 구성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피의자 신분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를 제공하는 이른바 ‘에스코트 조사’로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김 처장은 지난달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지검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김 처장은 그에게 정부과천청사 출입 기록이 남지 않는 자신의 관용차량을 제공했다. 언론에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이 지검장이 과천에 올 때는 BMW 차량을 타고 왔다가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김 처장 관용차인 제네시스로 바꿔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 청사출입보안지침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용차량을 운전기사가 아닌 김 처장의 5급 비서관이 직접 운전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비난이 커졌다.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비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며 추가 해명했다. 당시 공수처에 관용차가 2대 있었는데 한대는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라 이용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공수처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직이라 차량과 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명에도 공수처가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김 처장과 여운국 공수처차장 등 판사 출신 검사 2명이 수사 절차를 잘 알지 못해 나온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공수처 설립 과정부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야당은 포문을 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만든 조직이 공수처 아닌가”라며 “범죄 혐의자에게 에스코트 서비스나 하다니 이러려고 공수처를 만들었나”라고 반문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수처가 최근 제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인사규칙’도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규칙은 인사위원회가 공수처 검사를 2배수 이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규칙이 공수처 핵심적 가치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배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성향의 참여연대도 지난 2일 논평을 내 공수처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장이 수사대상자이자 고위 검찰 관료인 이 지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심지어 관용차를 보내 편의를 봐 준 것은 적절하다 할 수 없다”면서 “공수처는 시민 노력과 관심으로 설립된 만큼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시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인사규칙에 대해서도 단수 추천 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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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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