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경제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규제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잇따라 만나 경제단체와 소통 채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회성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경제 현안 등을 경제계와 함께 풀어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호승 실장은 먼저 최태원 상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 좋겠고 정부가 도와줄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상의와 정부가 경제 이슈 관련해서 집중해서 수시로 대화하자"고 당부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그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 등 의료물품 조달을 위해 우리 기업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어서 기업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4·7 재보선 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위기감이 커짐에 따라 국정운영 기조 역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집권 5년차 국정운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경제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절박함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는 청와대의 '소통 제의'에 화답하면서 기업규제 관련 법안의 완화를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최태원 상의회장은 "대한상의가 소통의 플랫폼이 됐으면 하며 방안을 논의중이다. 소통했을때 인식 차이가 무엇이고 이를 좁히려면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상의가 소통 창구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규제와 관련해서 "어떤 법을 만들어도 부작용은 있을 수밖에 없고 불편한 사람도 있고 혜택을 보는 사람도 존재한다"며 "규제를 풀려면 법과 규제가 있음으로써 불편한 정도나 범위가 얼마큼인지 평가하고 규제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데이터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 상황 이후에 위기가 올 수 있으나 항상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정세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총이 중점 추진 중인 반기업 정서 해소 사업에 정부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하며 정부의 중립적 위치를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한 인명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올해 초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산업안정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 중 처벌이고 기업인에게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너무 쉽게 법이 만들어진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업규제 법안이 무분별하게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매우 어려운 문제인 줄 알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는 국민과 기업 모두 조세부담 완화가 필요하다. 기업인 기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두 경제단체장 의견에 대해 "앞으로 기업과 자주 만나겠다"며 "경제계 요청사항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의 경제계 소통 행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에도 제외됐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적폐' 대상으로 낙인찍힌 상태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