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한 20대, 등돌린 친문… 선거 후 남은 ‘조롱’

분열한 20대, 등돌린 친문… 선거 후 남은 ‘조롱’

20대, 다른 선택 한 유권자에 “비정상” 맹비난… 외모 비하도 이어져
與 2030 의원들, “조국 사태 반성” 언급하자… 강성 친문 “흐름 못읽냐”

기사승인 2021-04-13 06:30:04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4.7 서울특별시장보궐선거 후보들에게 접수 받은 선거벽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선거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상대를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20대다. 20대의 표심은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20대·남성을 뜻하는 ‘이남자’와 20대·여성을 표현하는 ‘이여자’의 지지후보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이남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적극 지지했다. 지난 7일 KBS·MBC·SBS 방송 3사 공동 출구 예측 조사에 따르면, 18·19살 남성과 20대 남성 유권자 대부분(72.5%)이 오 시장을 뽑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뽑은 비율은 22.2%에 그쳤다. 

‘이여자’의 표심은 박 후보 쪽으로 소폭 기울었다. 출구조사 예측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44.0%는 박 후보를, 40.9%는 오 시장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기타후보’ 투표율이다. 이들이 소수정당·무소속 ‘기타후보’에 투표한 비율은 15.1%였다. 다른 연령·성별 그룹이 0.4%~5.7%에 그친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다.

20대 남성은 ‘정권심판론’에, 20대 여성은 ‘젠더이슈’에 공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 등으로 불거진 현 정부의 ‘불공정’ 문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분노’에 ‘이남자’가 등을 돌렸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이었던 ‘이여자’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의 성추행 사태로 현 정권을 외면했다고 풀이된다. 표가 사실상 여야 후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쏠렸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여성 페미니스트 후보가 다수인 ‘기타후보’에 많은 표를 보냈기 때문이다.

20대 유권자들은 각자 공감하는 이슈에 따라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상대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박 후보를 지지한 ‘이여자’를 조롱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관련 게시물 하단에는 “한국 20대 여자가 고마워할 줄은 모르고 피해의식은 제일 강하다는 조사가 있다”, “(이여자는) 해줘세대”, “전 세대에서 (민주당을 뽑은) 40대 남성과 20대 여성만 비정상” 등이 적혔다.

TV 방송 인터뷰에 참여한 20대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오 시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한 여성에게 누리꾼들은 “눈썹 밀기 벌칙 받았나”, “눈이 진짜 작다”, “얼굴만 봐도 알겠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오 시장을 지지한 ‘이남자’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극우성향 커뮤니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남은 게임에 미쳐서 답이 없는 세대다. 정치를 일베에서 배우고 언론에 선동당했다” 등의 주장이 등장했다. 

비슷한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났다. 민주당 20·30대 초선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 5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참패 원인으로 무공천 번복,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 내로남불 등을 언급했다. 당내 ‘금기어’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됐다. 외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성 친문’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친문 커뮤니티에선 기자회견을 연 초선 의원 5인을 ‘초선 5적’, ‘내부 적폐’, ‘초선족’ 등으로 표현했다. “초선들이 흐름을 못읽고 조국 탓을 하고 있다”, “은혜를 모른다”, “아무것도 안한 것들이 잘해서 뽑아준 줄 안다”, “뒤에서 칼 꽂고 뒤통수 친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줄이었다. 이들 의원들을 향한 문자폭탄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정치 성향과 사상이 다르다고 이렇게 욕먹어야 할 이유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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