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야권 재편을 앞두고 원외 인사들이 기지개를 켰다. ‘올드보이’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이 당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며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의 행보에 야권에선 ‘야권 분열’의 과거가 언급되고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해 야권 ‘킹 메이커’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재등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야권 대선 주자들을 잇달아 초청, ‘잠룡 등판의 장’을 만들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접촉면을 넓혔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김 전 의원이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마지막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희망 22’ 캠프를 차린 후 대권 도전을 본격화했다. SNS를 통해선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4·7 재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단에 이름을 올리고 서울시장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당에 힘을 실어줬다.
두 사람은 최근 당 개편에 대한 한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집단 지도체제’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당내 주요문제를 함께 협의하는 방식이다.
유 전 의원은 “5등 안에 들어간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관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끌어가는 게 낫다”고 했다. 김 전 의원도 “제가 대표하던 당시 집단 지도체제였는데 당의 중요한 의사를 결정할 때 표결로 하게 돼 있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부족한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고 유 전 의원의 발언에 공감했다.
당의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내면서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에 한 야권 내에선 ‘바른정당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두 사람은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두 사람은 1년도 안 되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개혁보수’를 주창하며 한 배를 탔지만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내홍을 거듭하던 바른정당은 결국 분당했다. 김 전 의원은 창당 선언 286일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 이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정당은 분열을 거듭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합류해서 당 내부를 흔들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통합’이 우선시 되어야 할 시점에 분열의 씨앗으로 풀이되는 두 인물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탄핵포비아’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실패의 악몽이 살아나는 듯 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에게 ‘탄핵’ 책임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의 탄생 주역이 아닌가. 민심의 심판이 두 사람을 향하게 될 것”이라며 “야권 정권교체에 재를 뿌리는 꼴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욕을 챙길 때가 아니라 자숙 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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