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맞춤형 건강관리 수요 증가 등으로 예전부터 시장이 형성됐던 분야이지만 그간 의료서비스 이용 방식에 대한 변화가 크지 않아 산업에 대한 이해 및 실질적 영향력 등의 국민 체감은 낮은 상황이다.
디지털헬스전문기업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에 대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돕는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지난 8일 라이프시맨틱스 본사에서 만난 송 대표는 “최근 코로나 상황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디지털 헬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재배치해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의 의료소비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라이프시맨틱스는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 디지털치료제, 비대면 진료 솔루션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며 의료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송 대표는 ‘스마트 시티’를 예로 들며 “어떤 도시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도로를 많이 깔면 좋겠지만 자원과 규모는 한정돼 있다. 이때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이용해 차를 덜 막히게 한다거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스마트 시티다. 디지털 헬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라는 공간과 의료진이라는 인력이 필요한데 의료인력 양성에만 10~20년이 걸린다. 노인 인구 증가로 의료자원 수요가 급격이 증가하더라도 자원을 확 늘릴 수 없다”며 “이때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 디지털 헬스”라고 부연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가 ‘의료진을 만나는 방식의 다양화’를 이끌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케 한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정통적인 진료 방식은 ‘대면’이다. 지금까지는 환자들이 병원을 나오면 의사와 연락할 수 있는 길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하지만 사회지도층,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있다. 어디가 아플 때 편하게 물을 수 있는 의사가 주변에 있느냐, 없느냐의 얘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환자가 서로 식별 가능하고 신뢰가 쌓인 상태라면 ‘디지털 헬스’라는 도구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아는 의사,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연락해서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진이 생기는 것이다. 의료에 민주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라이프시맨틱스가 제공하고 있는 ‘닥터콜’은 국내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로부터 비대면 진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이다. 해외에서 언어장벽, 열악한 의료 인프라 등의 이유로 현지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을 위한 서비스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가됐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됨에 따라 내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수단으로는 ‘디지털치료제’가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고품질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약물중독, 소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불면증 등 다양한 질병에서 활용되는 디지털치료제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허가 사례는 아직 없지만 라이프시맨틱스의 경우 호흡기질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레드필숨튼’과 암환자를 위한 예후관리 프로그램 ‘레드필케어’에 대해 탐색임상을 마치고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송 대표는 “예를 들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있는 경우 주 3~5회 정도 병원에 내원해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호흡기내과학회에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기적 내원이 어렵고 의료기관에서도 저수가로 인해 전문시설을 갖추기 힘든 구조여서 사실상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치료제를 활용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병원에서 관리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앱과 스마트 의료기기를 이용해 산소포화도 및 심박수를 확인하며 재활운동을 진행하고, 의료진은 환자가 자가측정한 상세 데이터를 진료실에서 모니터링해 환자의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운다”며 “간단해보이지만 그 안에 모든 기술이 들어가 있다. 폐활량, 산소농도 등을 분석해 몸에 부하가 오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효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유전체데이터, 진료기록, 라이프로그 등 내 몸이 만들어내는 건강데이터 ‘PHR’을 활용할 경우 보다 적시에, 정확하게, 원하는 만큼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송 대표는 전했다. 여러 의료기관 및 스마트 의료기기 등에 파편화된 의료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환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프시맨틱스가 제공하고 있는 PHR플랫폼 ‘라이프레코드’는 의료정보와 건강기록, 지식처리, 인공지능(AI) 등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생성 및 기록, 수집 및 연동, AI 분석 서비스인데, 디지털 헬스 서비스 구축에 필요한 필수공통기술을 클라우드를 통해 써드파티(3rd Party)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만 송 대표는 “아쉬운 점은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부터 ‘민감 데이터’ 이슈가 먼저 언급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나에게 오는 이익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게끔 구조를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는 의료 생태를 확 바꿀 수 있다. 병원에 내원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소비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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