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최근 여권 인사들이 잇단 실언으로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상황이 못마땅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말이 마이크를 통해 생중계된 것.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아주 신났네 신났어”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향해 선거 중립성 문제를 강하게 따져 물었다. 야당 의원들은 연단에서 내려오는 허 의원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에 앞서 질의에 나섰던 야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국민의힘은 격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4·7 재보궐선거 압승 이후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이 못마땅했던 것일까, 의외의 발언이 흘러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아주 신났네, 신났어”라고 중얼거렸다. 혼잣말인 것처럼 들렸지만 김 부의장의 발언은 마이크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 생중계 중인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김 부의장의 발언이 야당을 ‘조롱’했다는 것. 국민의힘 박기녕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부의장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조롱성 발언을 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잘났네, 잘났습니다”고 받아쳤다.
김 부의장의 발언 논란은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대정부질문 둘째 날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도 김 부의장은 사과 없이 의장석에 올랐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끝에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로 장내가 소란해지자 김 부의장은 “허허 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 당사자인 허 의원은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김 부의장은 “혼잣말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았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소설을 쓰시네”
혼잣말 논란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소환됐다. 국민의힘 박기녕 대변인은 김 부의장을 향해 “추 전 장관을 떠올리게 하는 오만방자한 발언이 나왔다”고 했고,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추 전 장관의 모습과 겹친다”고 적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소설을 쓰시네”라고 발언했다. 김 부의장과 유사하게 중얼거리는 발언이 마이크를 통해 중계됐다. 야당 의원이 추 전 장관의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추 전 장관은 두 달 뒤 해당 논란을 사과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건 좀 심하다는 모욕감을 대변한 독백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법사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을 향해 “어이가 없다. 저 사람(김도읍)은 검사 안하고 국회의원 하길 정말 잘했다”고 발언했다. 이 역시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울려퍼졌다.
이를 놓고 정치권 내에선 추 전 장관이 의도적으로 발언을 흘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5선 의원 출신 추 전 장관이 마이크가 켜진걸 몰랐을 리 없다는 것.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회의장 내에서의 처신이라든지 상임위 질의할 때 처신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당연히 체득해서 아실 것”이라며 “모를 수 없다”고 했다.
“XX하네 XXX”
유사한 논란은 야권에서도 있었다. 2019년 사례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종구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욕설이 마이크를 통해 생중계돼 곤욕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요청으로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대형마트 갑질 사례에 대해 증언했다. 특히 이마트 고발 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의 마이크에서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X하네. 또XX 같은 XX들”이라는 발언이 흘러나왔다. 우 의원이 사과를 요청하자 이 위원장은 “기억이 잘 안 난다. 들으신 분들도 없지 않는가”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막말을 들은 이 협회장은 “사실 저는 처음에 그 (막말의) 대상이 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제가 근 13년간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을 살려달라고 외쳐 왔고, 이종구 의원도 제가 도와달라고 했던 국회의원 중 한 명이었다”며 “제가 만약 대기업 총수거나 권력자였어도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라고 분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누군가를 비난하려고 대놓고 얘기한 건 아니고 아무도 못 듣게 조용히 혼잣말한 것”이라며 “그 사람한테 직접 지목해서 욕설한 것은 아니고, 기가 막혀서 혼잣말했다. 혼잣말로 중얼거린 게 마이크를 탔다”고 거듭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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