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PO] 전자랜드 사전에 ‘마지막’이란 단어는 없다

[KBL PO] 전자랜드 사전에 ‘마지막’이란 단어는 없다

기사승인 2021-04-25 17:17:26
승리 후 환호하는 전자랜드 선수단.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인천=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전자랜드는 끝가지 포기하지 않았다.

인천 전자랜드는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전주 KCC와 3차전에서 112대 67, 45점차 대승을 거뒀다.

전자랜드는 이날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도 있었다. 모기업 전자랜드가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상황. 1·2차전 모두 역전패를 당한 전자랜드가 자칫 3차전까지 내줬다면 농구단의 역사가 이날로 종료될 뻔 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경기 전 몸을 풀 때 선수단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1·2차전엔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집중해서 하자’고 얘기했는데 오늘은 마지막이 아니라 다시 홈에서 시작하는 경기라 생각하라 했다. 후회없는 경기를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유 감독의 진심이 선수단에게 퍼진 듯 했다. 1쿼터부터 모트리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 모트리가 15점을 올리며 KCC의 수비를 무너트린 가운데, 김낙현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은 한 발 더 뛰며 KCC의 실책을 유도했다. 빅맨들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를 악물고 공을 따냈다.

2쿼터에 잠시 위기도 있었다. KCC의 외곽포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11점차까지 좁혀졌다. 자칫 분위기가 KCC로 넘어갈 뻔 했다. 위기 상황에서 전자랜드는 외곽에선 김낙현이 3점포 2방을 꽂고, 모트리가 KCC 골밑을 유린했다. 2차전에 다소 부진했던 정효근도 7점을 넣으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순식간에 전자랜드는 30점차까지 도망쳤다.

선수단의 투지에 경기장을 찾은 전자랜드 팬들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연신 박수를 치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KCC는 체육관의 분위기에 압도된 모습이었다. 추격의 기회 때마다 외곽슛이 거듭 실패하면서 대패를 자초했다. 송교창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이날은 대거 부진했다.

결과는 45점차 전자랜드의 대승. 전자랜드는 벼랑 끝에서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점수 차 승리 기록을 경신하면서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단기전은 확실히 분위기다.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4차전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오늘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선수들도 유 감독과 같은 마음가짐이다. 전자랜드의 에이스 김낙현은 “절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님, 그리고 선수단 모두 경기 전 미팅 때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라는 마음을 먹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업 가드 임준수도 “선수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동기부여가 컸다”라며 “전자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 그 중심에 설 수는 없겠지만 뒤에서라도 돕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언더 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전자랜드가 역사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 전자랜드는 오는 27일 같은 장소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른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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