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인간’ 교육이념서 빼자? 교육계 ‘시끌’

‘홍익인간’ 교육이념서 빼자? 교육계 ‘시끌’

기사승인 2021-04-29 07:11:02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교육기본법에서 삭제하자는 의견이 나와 교육계에서 논란이다.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국유사 중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용어로, 교육 이념의 주요 가치로 여겨져 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7일 “교육부가 연구용역을 준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총론 개정 방안 연구’에 홍익인간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졌다”며 “정부 수립 이후 홍익인간은 1949년에 제정‧공포된 교육법에 명시돼 72년간 우리 교육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아왔다. 고조선은 물론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념·정파성을 띤 몇몇 국회의원과 연구진의 논리로 재단하면서 일방적인 교육기본법 개정과 교육과정 총론 변경만으로 결코 삭제될 수 없다”며 “항후 검토가 필요하다면 가치중립적인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통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는 지난달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총론 개정 방안 연구’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연구다. 연구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달 10일까지 교사와 학부모·학생, 시도교육청 장학사와 시민단체 활동가 등 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보고서에는 교육기본법 2조에 제시된 홍익인간 개념 수정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홍익인간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 홍익인간 표현을 일제 해방 직후 친일 교육계 인사들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이론이 다수 존재하는 점을 들었다. 연구진은 홍익인간을 대체할 교육이념으로 ‘민주시민’을 제시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캡처.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다. 민 의원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이념으로 명시된 홍익인간을 민주시민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제2조가 어렵고 복잡하다. 민주공화국이란 헌법 정신에 충실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민 의원을 포함해 12명의 민주당 의원이 서명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는 즉각 들고 일어났다. 사단법인 국학원, 우리역사바로알기 등 60개 단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문구가 있다. 임시정부 강령에는 우리나라의 최고 공리는 홍익인간 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 홍익인간이 명시돼 있다”면서 “이번 교육기본법 개정 시도 자체가 헌법 정신을 유린하고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대종교 역시 20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 이념에서 홍익인간을 빼자고 하다니 도대체 그들의 뿌리는 어디인가”라며 “일제 강점기 수많은 학교가 설립되는데, 개신교가 설립한 학교도, 대종교를 비롯한 민족종교들이 설립한 학교도, 수없이 많은 무장 독립군을 배출한 신흥무관학교에서도 단군 사상을 가르쳤다”고 반박했다. 거센 반발에 결국 민 의원은 지난 22일 법안을 철회했다. 사려 깊지 못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교육부는 해당 보고서가 자체 연구진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 의원 발의안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신중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교육기본법 개정은 상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내용이라는 게 교육부의 일관된 태도”라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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