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리스크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 최근 과열된 가상화폐가 언제든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 반사회적 세력의 자금세탁 ▲ 실물자산이 없는 투자의 불확실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자금세탁이나 해킹 문제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온전히 금융소비자(은행고객)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가상화폐에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하는 은행들의 가입자 수는 크게 늘었다. 케이뱅크는 올해 3월 기준 가상화폐 실명계좌 수는 80만개로 지난해 4분기(50만개) 대비 증가 폭이 커졌다. 농협은행도 3월 기준 가상화폐 실명계좌 수는 25만개로 올해 초(14만개) 대비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코빗과 제휴 계좌 개수를 7만개로 한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가상화폐 계좌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수익 대비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리스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를 투기자산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피해자가 발생할 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에 대한 해킹,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발생하는 고객 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또한 거래소가 중지 될 경우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자가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용자들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현황 확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가상화폐는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가상화폐는 반사회적 세력의 자금세탁과 해킹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7년 중국 삼합회 조직이 가상화폐 사업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일본 야쿠자도 몇 해 전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3000억원에 이르는 불법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자금세탁 거래가 포착되면 그만큼 징계 수위도 크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미국 연방 검찰과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 1049억원을 부과받았다.
해외의 경우 자금세탁에 대한 제재 수위가 크다. 영국 최대 은행인 HSBC는 지난 2012년 이란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불법거래를 한 혐의로 최대 19억 달러 (2조1156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혹여나 거래자금이 북한이나 이란 등에 연루될 경우 그 리스크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킹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북한으로 추정되는 해킹세력이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3억1640만 달러(한화 약 357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해킹했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에 관련 시중은행은 리스크 대비를 위한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농협은행 측은 “가상화폐 거래모니터링 전담반을 구성해 가상화폐 이상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환치기 송금, 세금탈루, 자금세탁 등 가상화폐 관련 의심유형 사례를 분석해 의심거래를 적시에 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거래목적, 고객신원 및 자금 출저에 대해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고, 해외 송금 시 자금출저와 송금목적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자금세탁과 관련한 논란은 오는 9월 특검법이 도입되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신한·농협은행은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 위험성에 불구하고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가상화폐 상용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현재 온라인 지불 시스템 기업 페이팔은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는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Checkout with Crypto)’ 서비스를 미국 회원 대상으로 출시했다. 세계 최대규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가상화폐 ‘리브라’를 통해 결제산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가상화폐는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을 위한 자산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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