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젠더 갈등'…신조어→웹툰→홍보물, 그 다음은

깊어지는 '젠더 갈등'…신조어→웹툰→홍보물, 그 다음은

기사승인 2021-05-03 16:08:37
그래픽 = 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젠더 갈등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신조어, 웹툰에 이어 홍보물에 옮겨 붙었다.

경찰청은 2일 입장문을 내고 홍보물에 남성 혐오 표식이 사용됐다는 의혹을 해명했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등 지방경찰청들은 도로교통 개정안에 대한 홍보자료를 지난달 중순쯤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홍보자료에 들어간 손 모양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엄지와 검지로 뭔가를 집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 성기가 작다는 의미로 쓰는 그림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경찰청 홍보물(왼쪽)과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오른쪽).

경찰은 “해당 자료는 민간 홍보업체에서 제작한 것”이라며 “손 모양은 카드뉴스 페이지를 넘기는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특정 단체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또 “취지와 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어 해당 내용을 수정 중”이라며 “앞으로 양성평등위원회 등 유관기능 점검을 통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GS25 인스타그램 캡처.

손 모양 그림 논란은 GS25 편의점 이벤트 포스터에서 먼저 시작됐다. GS25는 지난 1일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의 경품 증정 이벤트 홍보물을 만들었다. 포스터 속 손 모양과 옆에 놓인 소시지가 문제였다. 포스터에 적힌 영어 문구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각 단어 마지막 알파벳을 거꾸로 읽으면 ‘메갈’(megal)이 된다며 또다른 연관성까지 제기됐다.

GS25는 즉각 포스터를 수정했지만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하단에 그려진 달과 별 3개가 서울대 여성주의 학회 마크를 뜻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GS25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론되고 군부대 영내 매점(PX) 계약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결국 GS25는 포스터를 아예 삭제하고 “앞으로 더 세심하게 검토하고 주의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작가가 올린 사과문.

남성 혐오 의혹 제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는 작중 사용된 표현과 장면이 남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고 휴재가 결정됐다. 또 남성 사이에서 신조어 ‘허버허버’와 ‘오조오억’이 남성 혐오적 맥락에서 사용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 표현을 사용한 광고·지상파 예능 방송 등에 항의가 잇따랐다.

젠더 갈등은 여성 징병제 관련 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올라온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제목의 청원은 이날 기준 25만 1000여명이 동의했다.

여성가족부,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보고서.

연구 결과에서도 성 대결 구도가 나타난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발표한 ‘청년의 생애 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전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74.6%가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남성 역시 절반이 넘는 51.77%가 “한국 사회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20대 초반(19~24세)에서 ‘우리 사회가 자신의 성별에 불평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여성 77%, 남성 54.1%로 가장 높았다.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가 가진 높은 평등과 공정에 대한 의식수준과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험 사이 발생하는 괴리감에서 기인했다고 봤다. 지난 2019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 ‘새로운 세대의 의식과 태도: 2030세대 젠더 및 사회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성 청년은 취업, 직장 생활, 결혼 등 삶 전체가 불안한데 정부는 ‘여성 배려’ 정책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며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들이 처한 불공정한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이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태도가 남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든다”고 짚었다.

여가부는 뒤늦게 나섰다. 여가부는 올해 성별 성평등 인식 격차 및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2021년 소통의 공론장’을 새로 마련했다. 아울러 청년이 주도해 성평등 관점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3기를 모집하기로 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소통의 공론장’ 등을 통해 20·30세대 남성과 여성들이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를 해소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 포용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