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의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하는 2021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6일부터 아이슬란드에서 열린다. MSI는 롤드컵의 전초전 성격으로, 각 지역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봄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지역별 리그 우승팀 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2021 MSI는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승팀이 속한 리그에는 2021 월드 챔피언십(롤드권) 진출 티켓이 한 장 더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MSI는 국가대항전의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 MSI 역시 한국(LCK), 중국(LPL), 유럽(LEC), 북미(LCS) 팀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MSI 우승을 노리는 4대 리그 우승팀에 대해 분석해봤다.
◇ 롤드컵 이어 MSI까지…SKT T1 아성 넘보는 담원 기아
한국의 봄을 제패한 담원 기아는 MSI에 참가한 11개 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2020 LCK 서머 스플릿, 2020 롤드컵, 2020 케스파(KeSPA)컵, 2021 LCK 스프링 스플릿까지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차지한 담원 기아다. 2021 MSI마저 제패한다면, 담원 기아는 SKT T1(現 T1)에 이어 두 번째로 롤드컵과 MSI를 모두 석권한 팀이 된다.
담원 기아는 5명 선수 모두 언제나 캐리력을 뿜어낼 수 있는 뛰어난 밸런스를 갖춘 팀이다. 지난해 담원 기아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라인전 단계부터 상대방을 부숴버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올해 담원 기아는 초반보다는 중반 단계에서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영리한 운영을 바탕으로 이득을 얻고, 승리를 굳힌다.
담원 기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다. 그는 현재 ‘세체정(세계 최고의 정글러)’ 반열에 오른 선수다. 어느 능력 하나 빠지지 않는 ‘육각형’ 정글러인 김건부는 냉철함과 야수성을 갖췄다. 담원 기아의 승리방정식에는 항상 김건부가 있었다.
◇ 명가 재건 꿈꾸는 RNG
원거리 딜러 ‘우지’ 지안즈하오의 은퇴 이후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로얄네버기브업(RNG)이 MSI에 합류했다. 플레이오프 기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FPX를 꺾은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LPL은 교전 지향적 성향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는 리그다. 중후반을 바라보는 운영 대신 교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LPL의 평균 경기 시간은 30분 44초로, 4대 리그 중에서도 가장 짧다. LPL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한 RNG의 평균 경기시간은 31분 59초로 리그 평균보다 길다. 팀컬러 역시 여타 중국 팀의 색채와는 다른 점이 있다. RNG는 꼼꼼한 시야 확보를 통해 상대방의 동선을 파악하고, 초반 교전을 지양하는 편이다. 딜러들이 충분히 성장했다 판단되면 정석적인 대규모 교전(한타)를 통해 승리를 가져온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여러 관계자는 RNG를 ‘LCK스러운 팀’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FPX와의 결승전에서 원거리 딜러 ‘갈라’ 천웨이는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 일부 팬들은 “드디어 우지의 후계자가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갈라는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갖춘 선수다. 백전노장 서포터 ‘밍’ 시썬밍과의 궁합도 매우 좋은 편이다. 주목할 점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갈라’의 기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 G2-프나틱 강점기 끝낸 매드 라이온즈
이 팀이 MSI에 올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을까. 매드 라이온즈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이어진 ‘G2-프나틱 강점기’를 끝내고 2021 LEC 스프링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해 롤드컵 당시 4대리그 소속팀 최초 플레이-인 스테이지 탈락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얻었지만, 매드 라이온즈는 결국 2021년 봄 유럽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매드 라이온즈는 ‘변수 덩어리’에 가까운 팀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는 준수하지만, 경기력은 항상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다. G2 e스포츠·프나틱·로그 등 강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스트랄리스 등 약팀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경기를 내주기도 한다. 저점과 고점이 명확한 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프리시즌 매드라이온즈는 탑 라이너 ‘아르무트’ 이르판 베르크 튀케크와 정글러 ‘엘요아’ 하비에르 프라데스를 영입했다. 탑 라이너 아르무트는 TCL(터키) 명문 팀 파파라 슈퍼매시브에서 활약한 선수로 지난해 롤드컵 당시에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아르무트는 탱커와 AD(물리공격력) 챔피언을 잘 다루는 선수다. 이전까지는 메카닉에 비해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유체탑(유럽 최고의 탑 라이너)’으로 자리매김했다.
◇ ‘퍽즈’ 품은 C9, ‘북미잼’ 오명 벗어낼까
LCS는 LEC과 더불어 LoL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린 태초의 리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LCS는 양대 글로벌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북미잼(북미+재미)’이라는 다소 조롱조의 별명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 붙었다. LCS 대표로 MSI에 진출한 클라우드9(C9)은 북미 구단 가운데 국제대회 성적이 가장 준수한 팀이다. 2018 롤드컵 당시에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꺾고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C9은 LCS 내에서 팀 리퀴드(TL)와 더불어 뛰어난 운영능력을 지니고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메타분석과 밴픽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보였다. 다만 선수 개개인의 피지컬적인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미드라이너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 서포터 ‘벌칸’ 필립 라플레임을 영입하면서 약점을 보완했다.
미드라이너 퍽즈는 ‘페이커’ 이상혁과 더불어 4대 리그에서 리그 우승을 9회 달성한 유이한 선수다. G2에서만 8번의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적 이후 커리어 첫 LCS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탁월한 게임이해도와 뛰어난 피지컬, 높은 프로의식까지 겸비한 퍽즈는 최정상 선수로 거듭났다. 2019~2020년 G2 소속이던 시절에는 미드라이너 ‘캡스’ 라스무스 뷘터와의 공존을 위해 포지션 변경을 했으며 원거리 딜러로도 캐리력을 뿜어냈다. C9 이적 이후 미드라이너로 복귀한 퍽즈는 지금도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