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후보군만 10명을 넘어서 당권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영남당 논쟁이 당권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제살깎기’식 논쟁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주자는 3선 조해진 의원(밀양‧의령‧함안‧창녕)이다. 다음으로 홍문표(4선)·윤영석(3선)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한 데 이어 주호영 전 원내대표(5선)도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조경태 의원(5선)도 11일 출마를 공식화한다.
권영세(3선)·김웅(초선)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출마를 고심 중이다. 이번 주 중으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의 최대 화두는 영남당 논란이다. 당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 ‘영남’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 차기 당 대표가 ‘비영남권’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 신임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이 영남권 울산 출신인 만큼 지역 안배를 위해서라도 비영남권 출신의 당 대표가 추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남당 논쟁이 스스로 지역주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호남 출신 당 대표를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당’ 비판을 받지 않지만 국민의힘은 ‘영남당’ 비판을 받으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호남정당이냐고 시비 붙은 적이 있느냐”며 “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 파듯 하는 발언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영남 홀대론’까지 이어져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영남을 볼모 삼는데 그건 구태정치”라며 “아무도 영남에 대해서 홀대하는 게 아닌데 왜 자꾸 영남을 이야기해서 영남당으로 스스로 자꾸 만드는가”라고 우려한 바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을 위해서 영남당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집토끼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도모하다 보면 산토끼까지 놓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외연 확장은 대선 후보의 몫이다. 당 대표는 포용력 등 야권 통합을 이끌 적임자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에 포용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로 힘을 받고 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 4·15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이끌며 혼란을 빠르게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 전 원내대표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삼고초려(인재를 맞기 위해 참을성 있게 힘씀)해 당의 개혁과 재보궐 선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큰 공적으로 꼽힌다. 호남을 끌어안고 극우와는 선을 그으며 ‘중도형 정치’를 실천한 점도 장점이다.
주 전 원내대표는 통합과 혁신에 방점을 찍으며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출마를 선언하며 “대선 경선 시작 시점이 불과 2달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간 허비 없이 ‘혁신과 통합’을 즉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저만의 장점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의 문을 활짝 열고 범야권 통합을 이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초선 김웅 의원 외에도 김은혜 의원의 당 대표 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대변인직을 맡아 제1야당의 ‘날카로운 입’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추·윤 사태’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초선 릴레이 시위를 기획하는 등 전략 세우기에 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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