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운송료 필요해” 랜선 연인의 부탁…속지마세요

“금괴 운송료 필요해” 랜선 연인의 부탁…속지마세요

기사승인 2021-05-20 15:21:57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SNS상으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이 합쳐진 말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해외에 사는 의사, 변호사 등을 사칭해 친분을 쌓은 뒤 갖가지 명목으로 십수억 원을 뜯어낸 외국 국적 사기 조직 4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외국 국적 30대 남성 A씨 등은 지난해 지난해 8월~지난달까지 해외 SNS 등에 미군, 해외 거주 변호사 및 의사를 사칭해 26명으로부터 16억 5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미군이나 잘생긴 외모의 외국인 남녀 사진을 프로필로 올린 SNS 계정으로 피해자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피해자가 친구 신청을 받으면 자신을 UN에 파견된 미군, 의사, 변호사, 금융인 등으로 소개한 뒤 “너와 한국에서 남은 일생을 보내고 싶다”, “당신을 사랑한다” 등의 다정한 말로 속였다.

몇 달간 공을 들여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로는 “퇴직금으로 받은 금괴를 보내줄 테니 보관해 달라”, “해외 파견 중인데 120만달러를 대신 보관해주면 30%를 주겠다”, “군 작전 중 발견한 금괴 운송료를 보내달라”, “파병 중 다쳤는데 수술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송금이 확인되면 잠적했다.
연합뉴스.

로맨스 스캠은 늘고 있다. 국정원이 파악한 전체 국제범죄 신고 중 로맨스 스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8년 8%에서 지난 3월 기준 12%로 매년 증가추세다. 또한 국정원 국죄범죄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정원 111 콜센터로 신고된 137건 가운데 실제 금전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43건, 피해 액수는 26억이 넘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만남이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경찰학연구소에서 지난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기 범죄자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 접근한 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카카오톡에서 대화를 지속해 나가는 방식을 선호했다. 금전 편취가 더 쉽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금전을 송금해주기로 하면 실시간으로 범죄자들은 메시지를 보내며 입금 여부를 확인하는데, 카카오톡이 실시간 대화를 하기 편하다. 또 최근 사업용 화물, 피해자를 위한 선물 등을 위한 통관 비용 대납을 요구하는 유형이 급증하는 추세다.

범죄자들은 외로움을 느끼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었다. 경찰학연구소가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0~60대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가장 많았다. 상당수 피해자는 연인과 이별, 사별, 이혼 등을 겪고 있을 때 로맨스 스캠에 휘말렸다. 
대전지방경찰청. 

피해자들은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는다.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그로 인해 일상에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한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껴 피해 신고를 꺼리는 실정이다.

제도도 미비하다.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때문에 계좌 지급정지가 신속하게 되지 않아 범죄로 인식한 뒤에도 피해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통신매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며 범죄자의 동기 부여도 된 상황”이라며 “개인정보에 민감한 젊은층과 달리 중장년 세대는 보안 의식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개인정보를 지키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개인정보를 건네거나 돈을 송금하는 행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이 본질은 유사하다.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한 법률에 로맨스 스캠 범죄를 추가적으로 정의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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