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여파에도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 1년 간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은행주 8개 종목을 편입한 ‘KRX 은행’ 지수는 이달 25일 기준 790.57를 기록해 1년 전 지수(503.18) 대비 57.11% 상승했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KB금융 주가가 1년 전 대비 78.22% 상승했고, 이어 하나금융지주(71.02%), 신한지주(41.07%), 우리금융지주(34.92%)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크게 선방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그룹은 3조96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9.4%(1조1215억원) 늘어난 분기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금융지주 순이익이 증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증가에 따른 은행 순이자마진 개선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성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하반기 은행주 주가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완화 기한까지 연장했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상환도 올해 9월까지 유예된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예정대로 하반기 코로나 금융지원 유예 조치 종료될 경우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 및 불확실성 부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1년 전 보다 144조2000억원이 불어났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가상화폐) 변동성도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다.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가격 제한 폭이 없어 변동성이 크다. 가상 자산 시장은 31조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 명에 달한다. 이미 국내 개인의 코스닥, 코스피, 해외주식 거래대금을 상회하는 규모다.
키움증권 서영수·유근탁 연구원은 “가상 자산 급변동이 심화될 경우 금융시장 나아가 금융산업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 변동 제한 폭이 없고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다수의 소형 거래소가 난립해 있다. 또한 가상 자산 투자자의 대부분이 20~30대 계층으로 금융 사고 발생 시 피해가 개인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회사로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IPO 최대어로 불리는 카카오뱅크 상장도 기존 은행주 주가에는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순이익(1136억원)의 40%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이자이익의 탄력적 증가세가 이어진데다 수수료이익 역시 1분기 중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금융업종 내 디지털 지배력 확대하고 있고, 플랫폼 사업영역 확장 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의 기대감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기존 은행주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는 다른 카테고리의 종목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기존 은행들의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은행주는 여전히 밸류에이션(기업의 기업가치 대비 주가)은 저평가됐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은행주의 최근 주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현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1배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현재 은행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반영한 정적 PBR은 0.7배다. 따라서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히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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