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자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소환됐다. 정치권에서 두 사람 간 공통점이 회자되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은 9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3개월 만이다. 그간 윤 전 총장은 노동·복지·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국민의힘 인사들을 만나는 등 물밑 행보를 이어왔다.
윤 전 총장의 본격 등판에 정치권에선 이 전 총리가 거론됐다. 정치신인 윤 전 총리가 과거 이 전 총리와 유사한 대권행보를 밟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두 사람의 정계 입문 과정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현직 권력에 맞서 지지세를 얻은 것이다.
이 전 총리는 199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다. 감사원장 시절엔 “권력형 비리엔 성역이 없다”고 선언하며 청와대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4개월 만에 총리직을 사퇴하며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고 뱉은 발언은 지금도 회자된다.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을 놓고 현 정권과 충돌하다 직을 내려놨다. 그는 사의를 표명하며 “우리 사회가 오랜 시절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노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두 사람의 ‘대쪽’같은 성품도 유사점으로 꼽힌다. 앞선 일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전 총리와 윤 전 총장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갖는다. 판사 출신 이 전 총리는 ‘대쪽 판사’, 검사 출신의 윤 전 총장은 ‘강골 검사’라는 별명이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윤 전 총장의 ‘조상 묘 식칼 테러’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 전 총리의 ‘말뚝 테러’가 소환됐다. 지난달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세종시 한 공원묘원 내 윤 전 총장 조부 봉분 일부에서 여러 훼손 흔적이 있어 보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이를 사실로 볼만한 근거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999년에는 이 전 총리의 충남 예산군 조상 묘에서 쇠막대기가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이 전 총리가 대통령 선거 도전을 앞둔 상황이라 ‘대선 출마와 관련 있는 것 아닌가’라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의 조상 묘 테러 의혹도 대권도전을 훼방하려는 ‘저주성 테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약점이 ‘가족’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 전 총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한때 6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두 아들의 병역 미필 문제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다.
윤 전 총장도 장모 최 씨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이 대권가도의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씨는 동업자 3명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해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2억9000만 원의 요양급여를 부정으로 수급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현재 의정부지법에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전 총리를 고리로 윤 전 총장 공격에 나섰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0일 “이회창 씨 같은 경우에 김영삼(YS) 정부에 의해서 감사원장·총리로 발탁됐고 YS를 배신하고 나와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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