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호반그룹과 중흥그룹이 최근 대형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 공공택지를 낙찰 받아 아파트를 분양하는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사업 등 보다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모양새다.
이같은 중견사들의 대형사 인수 행보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인수를 하지 않더라도 관심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중견사의 네임밸류를 높일 수 있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5일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다음 달 초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쳐 8월 본 입찰을 실시한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6위 대우건설 지분 50.75%의 매각 대금은 총 1조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11일 기준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3조6699억원이다.
현재 대우건설 인수에 뛰어든 기업은 주로 중견기업들이다.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거나 인수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중흥건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중흥그룹은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인 중흥건설 등 주택·건설·토목분야의 사업영역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갖고 있다. 주로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다.
호반그룹도 최근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호반그룹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지난 3월 말 국내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의 특수목적법인(SPC) 니케로부터 대한전선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호반산업이 인수한 대한전선 주식 지분은 40%다. 거래가격은 2518억원이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설립된 종합 전선회사로, LS전선에 이어 국내 전선시장 점유율 2위다. 특히 전선과 초고압케이블이 들어가는 태양광 분야에서 수주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등 주요 업종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호반은 과거 리조트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하기도 있다. 2018년에는 리솜리조트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덕평CC과 서서울CC 등을 인수했다.
업계는 이같은 중견건설사들의 대기업 인수 시도를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정부의 규제와 개발부지 부족 등으로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사업과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형사들은 주택사업 일감 부족으로 중견사의 수주 텃밭이었던 지방 주택사업에까지 손을 뻗게 되면서 중견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대우건설은 해외 건설과 관련한 실적이 적지 않다. 1973년 대우실업이 영진토건을 인수하며 건설업에 진출한 대우는 3년 뒤인 1976년 해외 건설업 면허를 취득했다. 이후 ▲1976년 남미 에콰도르 해외공사 수주 ▲1977년 수단 영빈관 수주(국내 최초 아프리카 진출) ▲1978년 리비아 가리니우스 의과대학 공사 수주 ▲1980년 리비아 벵가치 외곽 도로 건설 수주 등 해외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중견사의 인수 행보를 일종의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덜 한 중견사 입장에선 실제 인수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인수를 하든 안하든 그 시그널만으로도 중견사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많다”며 “실제 인수를 하게 될 경우 주택사업 이외 경험이 부족했던 해외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인수하려는 움직임만 보이더라도 네임밸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반건설이 이미 한 차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큰 홍보효과를 봤다”며 “여러 요인이 겹쳐져 당시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까지 입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입찰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해외부실에 대하 우려로 인수를 포기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흥그룹의 경우 그동안 전라도와 경기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주택사업만 보더라도 이번 인수 과정을 통해 서울권에도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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