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 88% 가정에서…학대행위자 아들·배우자 순

노인 학대 88% 가정에서…학대행위자 아들·배우자 순

기사승인 2021-06-15 16:10:02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이진혁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한 주택에서 함께 살고 있던 아버지 B씨(60대)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부를 수차례 때렸다. 또 B씨가 쓰러진 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이내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제변호사 C씨(3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는 아버지 D씨(69)가 밥상을 차려주자 “XX아, 싸구려 음식은 차려주면서 아픈 아들은 들여다보지 않냐”며 주먹으로 때리거나 전기장판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마구 주먹질했다. C씨는 아버지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7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아버지가 여러 차례 선처를 탄원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에게 학대 받는 노인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는 늘어난 노인 부양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그 부담을 지역 사회가 나눠질 사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0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개소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1만6973건으로 지난 2019년 대비 5.6% 늘었다. 이 중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총 6259건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가혹행위를 하거나 의식주 및 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거나(방임) 또는 유기하는 것을 말한다.

학대 유형은 정서적(42.7%), 신체적(40.0%), 방임(7.8%), 경제적 학대(4.4%) 순이었다. 학대 장소는 가정 내 학대가 88%로 압도적이었다. 노인요양시설 등 생활시설(8.3%),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 이용시설(1.5%), 병원(0.6%) 순이었다.

학대 행위자는 친족이 가장 높았다. 아들(34.2%)이 가장 많았고 배우자(31.7%), 노인복지시설종사자나 의료인 등 기관(13%), 딸(8.8%)이 그 뒤를 이었다.

자녀 혹은 배우자가 처벌받을 까봐 신고하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친족에 의한 노인학대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합동으로 노인 학대 우려가 있는 160개 가정을 방문해 이날부터 내달 말까지 안전과 노인학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학대 우려가 있는 가정은 노인학대로 2회 이상 반복 신고된 노인이 있는 가정이다. 

제도적 보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노인학대 행위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 교육 등을 받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에서 시행령으로 위임한 내용을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노인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는 처벌 강화보다는 노인 부양 체계 보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은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또 수명이 길어져 부양 책임자들이 겪는 경제적 압박, 정서적 불안, 갈등이 누적되다 보니 친족간 노인 학대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현재는 노인을 부양하는 사회 시스템이 충분치 않다”며 “배우자, 자녀 등 가족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노인 학대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한 현상이다. 노인 부양은 총체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개인이나 가정이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며 ”장기요양서비스 강화뿐 아니라 지역사회, 마을 공동체 시스템에서 부담을 나눠 지는 시스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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