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이촌동은 오랫동안 정비사업이 중단되며 20~50년 넘은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 있다. 해당 부지에는 한가람아파트, 강촌, 한강대우, 한강맨션, 이촌우성, 코오롱아파트 등의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총 2036가구(19개동)로 가장 사업성이 큰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에 현대건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 이촌동에 위치한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오후 ‘소유자 초청 1차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추진위의 사업 진행사항 및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설계(나우동인 건축사무소), 정비(세종코퍼레이션), 시공(현대건설) 업체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간에 용적률을 따져봤을 때 리모델링 사업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추진위에 따르면 재건축(공공재건축)을 할 경우 247.5%(337.5%)에 해당하는 용적률이 리모델링을 했을 때 515.98%로 늘어나게 된다.
용적률은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도시정비사업을 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사업요소 중 하나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건축할 수 있는 연면적이 많아져 건축 밀도가 높아진다. 조합원 입장에서도 용적률이 높을수록 본인 부담이 줄고 수익성은 높아진다.
한가람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사업을 추진해왔다”면서 “현재 동의서 확보가 50%까지 이뤄진 상태다. 6월말에 조합설립을 끝내고 8월말에 시공사 선정을 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해선 주민 동의율이 66.7%를 넘어야 한다.
건설사들은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을 눈 여겨 보고 있다. 통상 건설사 입장에서 리모델링은 재개발‧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고급 브랜드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새로 만들 수 있는 가구수가 일반 재개발‧재건축보다 한계가 있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한가람아파트는 세대수도 많을뿐더러, 입지가 좋은 만큼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효과적일 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부 이촌동은 한강변에 위치한데다 길 건너 용산 미군기지가 대규모 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강북권 최고의 요지로 꼽힌다. 실제 최근 동부 이촌동 내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수주권을 따낸 롯데건설은 고급 브랜드인 ‘르엘’을 도입하기로 밝혔다. 건설사들은 이촌코오롱 등 다른 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자사의 고급 브랜드 홍보가 담긴 플랭카드를 걸어 놨다.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현장설명회에 단독 참여하여 리모델링 사업 진출 이래 처음으로 자사의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것임을 언급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은 자사 브랜드 심의위원회에서 내부 심사를 거쳐서 결정된다”며 “현재 상황에서 한가람 리모델링 사업에 디에이치가 적용된다고 확정지어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모델링 사업이 과거엔 찬밥 신세였지만 최근 재건축 규제도 심해지고 하면서 새롭게 재평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 리모델링 전담조직까지 신설한 만큼 해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도시정비영업실 내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로 개편하고 10여 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안심하기엔 이르다. 굵직한 시공사들이 해당 단지를 눈독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람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1차 설명회 때 단독으로 방문해 발표를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만큼 우선적으로 오는 2, 3차(19, 20일) 때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대건설의 설명회를 가지려 한다”면서도 “현재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몇 차례 설명회를 더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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