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최근 국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정치권이 한껏 들뜬 분위기에 실수를 연발했다.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막말’이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한 것. 특히 여야 지도부의 ‘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액셀만 밟았어도?… 악의적으로 편집된 발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한 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이로 인해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송 대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되어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 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도 이어갔다. 송 대표는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살아날 수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해석에 따라 버스 기사를 탓하는 취지로 읽힌다.
야권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송 대표가 붕괴사고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며 2차가해를 했다는 것.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가슴 아픈 참사의 책임을 애꿎은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참사까지 남 탓하는 여당 대표”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일자 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버스정류장 앞에 그 위험한 5층짜리 건물 해체장 방치가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광주 동구청장을 질책하는 내용”이라며 “버스 기사 비난이 아니라 왜 이런 위험한 건물을, 일반 상황에서도 내버려 둬서는 안 될 것인데 더군다나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내버려 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잘못 편집했다고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악의적인 언론 참사”라며 “오늘 어떤 기자는 제 말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하며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 미디어 환경 혁신에 제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에게 위안이 됐길”
여당 대표가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면 야당 대표는 조롱 논란에 곤욕을 겪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입한 박근혜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면회를 간 적 없고 면회 계획은 없다”며 “내가 당대표 된 걸 감옥에서 보며 위안이 됐기 바란다”고 했다.
박 씨 지지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일었다. 박 씨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근 ‘박근혜 키즈’가 그를 조롱했다는 것.
논란에 이 대표는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인터뷰 전문을 올린 온라인 기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면회했나’라는 질문에 “없고, 앞으로도 면회 계획은 없다. 내가 당 대표로서 성공해서 그분이 ‘인재 영입 잘했구나, 사람 보는 눈이 있었구나’ 평가를 받게 하고 싶다. 가끔 그분이 궁금하다. 제가 당 대표 된 걸 보시긴 한 건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대표는 “실제 발언이 뭐였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언론사에서 발언한 내용 그대로를 축약 없이 원문으로 다시 업데이트해서 올린 듯하다”며 “문제 될 발언 하나 없다”고 논란 수습했다. 또 “원래 긴 인터뷰를 축약하다 보면 저렇게 오해 살 표현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음모론자 한기호, 임명 철회해야”
국민의힘 새로운 살림꾼으로 지명된 한기호 의원도 막말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한 의원은 이준석 체제의 첫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한 의원이 과거 막말을 뱉었던 전적이 언론에 쏟아져나왔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은 5·18 음모론이다. 지난 2014년 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과 5·18민주화운동을 연관시킨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이 5·18 기념행사를 연 것을 언급하며 “북한의 각종 매체에서는 5·18을 영웅적 거사로 칭송하고 매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 왜 북한이 우리의 기념일을 이토록 성대하게 기념하는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도 소환됐다. 한 의원은 지난 10월 초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언론 매체에 바다에 떠내려온 오물을 청소했다고 한다”며 “(이에) 청와대는 아무런 대꾸가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도 그 오물 쓰레기 중 하나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향한 모욕적인 발언도 재조명됐다. 한 의원은 강 전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요트 출국’에 대해 “지금까지 강 장관과 살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비꼬았다.
정치권에선 한 의원의 사무총장 지명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신호탄”이라며 “5.18 왜곡 발언 중에서도 가장 악의적인 부류가 바로 북한개입설을 기반으로 한 선동이다. 이 대표가 말한 음모론자, 지역 비하를 한 일부 강경보수층이 바로 한 의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서진 정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논평을 내고 “그(한기호)가 남긴 막말과 근거 없는 음모론은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이준석 대표는 광주의 아픔을 단 3일 만에 잊어버린 것인가.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이러고도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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