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박태현, 이승주 기자 =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퀴퀴한 지하를 쉴 새 없이 달렸더니 상쾌한 밤공기가 반갑다.
“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운연, 운연역입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내리시길 바랍니다.” 자정을 넘긴 새벽, 종착역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린 열차는 최종 목적지인 차량기지로 향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꼬마 기차’ 인천 2호선의 이야기다.
지하철이 입고실에 도착하자 분무기와 대걸레를 든 미화원들이 투입됐다. 그들은 알코올 용액으로 손잡이와 기둥, 좌석 등을 닦았다. 방역복을 착용한 직원의 소독으로 청소가 마무리됐다. 미화원 이진숙 씨는 “지하철은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만큼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어 승객의 안전을 위해 수시로 소독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하철은 차량기지 내 입고실에서 검수고로 들어갔다. 검수원은 가장 먼저 전류 차단봉을 전선에 걸었다. 열차를 점검하는 동안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압전류를 차단하는 작업이다. 이후 작업은 하부와 옥상, 실내 순으로 점검한다. 전동차 바퀴 밑으로 들어 간 검수원들은 제동장치를 살폈다. 공구를 이용해 브레이크슈 교체작업을 한 후 열차 옆면 커버를 열어 속도센서와 회로 차단기 등 전기 배선이 손상됐는지 검수했다. 하부 점검을 마친 검수원들은 냉방장치와 열 무선장치 안테나, 화재진압 장치를 정비하기 위해 열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강경찬 운연 경정비팀 팀장은 “지하철 정비 업무는 조금만 방심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시민들과 내 가족이 매일 타는 전철이다 보니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게 되죠.”라고 말했다.
하부와 옥상 점검을 마친 검수원들은 열차 실내로 향했다. 실내에서는 세 팀으로 나눠 운전실과 출입문 장치, 실내기기, 냉난방장치를 정비했다. 기관사가 없는 무인전철은 실내 안전장치 점검에 시간을 더 소요했다. 전조등, 후미등 점등 외에도 무선제어기와 조작 스위치까지 꼼꼼히 살폈다. 이후 에어컨 필터 교체와 출입문 작동 제어를 확인 후 검사가 끝났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3시. 2량의 열차를 검수하는데 총 2시간이 지났다. 운행을 마친 열차가 다음날 운행을 위해 검수하는 ‘일상 검사’ 과정이다.
오전 5시 10분. 검수원들은 2시간 전 정비를 마친 열차에 전류를 공급한다. 열차는 검수고에서 출고실로 향했다. 출발 전 열차 점검도 필수 사항이다. 출입문 작동 여부와 안내방송 장치 등 점검을 마치면 작동 스위치를 켠다. 이른 새벽, 지하철의 하루는 다시 시작됐다. 열차의 첫 행선지는 다시 ‘운연, 운연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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