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그냥 타면 되는 거 아닌가. 기자가 시험에 도전했다. 어릴 적 부모님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종종 한강에서 따릉이를 탄다.
시험을 보려면 서울 자치구나 정부에 등록된 민간 자전거단체가 시행하는 안전교육(이론 1시간, 실기 2시간)을 들어야 한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히 차 입니다”
25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벨로드림에서 열린 안전교육. 자전거 시민단체인 ‘자전거21’의 오수보 대표의 강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당연히 차에 준해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자전거는 우측 통행이 기본이다. 자전거 도로로 다녀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차도를 이용한다. 차도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다닌다. 2대 이상의 자전거는 한 줄로 운행한다. 모두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내용이다. 수신호, 횡단보도 이용 방법, 자전거 관련 교통 표지판, 자전거 도로 종류 등도 알아야 한다.
이론교육을 마치면 전문가와 함께 자전거 타고 내리는 법, 주행을 연습한다. 헬멧, 안전 조끼, 자전거 모두 단체에서 제공한다.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방법도 중요하다. 자전거를 오른쪽에서 타고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왼쪽으로 타고 내리면 자동차 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위험하다.
시험 당일인 30일 오전 9시 마포구 에너지드림센터. 응시자 20명이 모였다. 20,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시험은 초급(만9세~만13세 미만), 중급(만13세 이상)으로 나눠 시행된다. 기자는 중급에 응시했다.
필기 시험 시간은 약 1시간이다. 4지선다형 문제 25개를 풀었다. 이론 수업만 집중해 들으면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변별력을 위해서인지 난도 높은 문제도 있었다. “잘 몰라서 2번 찍었어” 필기 시험이 끝나고 삼삼오오 모인 응시자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실기시험은 안전한 출발·멈추기, 기어변속, 돌발·급정지, 횡단보도 횡단, 자전거 횡단도 횡단, 교차로 통과 그리고 주행시험(ㄹ자 코스, 8자 코스, 지그재그 코스)을 본다. 세워진 장애물을 넘어뜨리거나 경계선을 넘어가면 감점이다. 8자 코스를 지날 때 핸들이 휘청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시험은 무난했다.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회원 직장인 백모(28)씨는 “사고 시 과실 비율 등 복잡한 얘기에 교통법규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필기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소 상식만으로도 충분히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전거 경력 10년차 강모(65·여)씨는 “8자나 ㄹ자 코스가 약간 까다로운 것 빼고는 어렵지 않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씨는 “위험하게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를 ‘자라니’라 하더라.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오는 고라니 같다는 소리다. 많은 사람이 인증증을 따서 안전하고 즐겁게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격하려면 필기와 실기에서 각각 70점 이상 받아야 한다. 기자는 시험 본 다음날 문자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인증증은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애석하게도 따릉이 이용권 감면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자전거 안전이용 문화 장착이 인증제 제도 취지다. 감면율은 시민 체감도, 시의회 의견 등을 반영해 8월부터 적용된다”며 “코로나19 추이를 살펴 안전교육과 인증제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자전거 인증제 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응시료는 없다. 시험은 동대문구, 마포구, 송파구, 관악구에서 월 2회씩 개최된다. 신청은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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