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막말·시험 등장한 ‘尹 X파일’…교사 정치 중립 도마에

천안함 막말·시험 등장한 ‘尹 X파일’…교사 정치 중립 도마에

기사승인 2021-07-05 17:00:12
전북외고에서 지난 1일 치러진 2학년 1학기 시험에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의 병역비리’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김병욱 의원 SNS.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한 고등학교 시험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문제가 나왔다. 거센 항의에 학교는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교사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교육계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4일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전북외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실시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생활과 윤리’ 시험 중 서술형 마지막 2문제가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시험 마지막 부분인 주관식 4~5번은 ‘교과서 p. 86에 근거해서 [최근 정치권에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의 병역 비리 등의 쟁점을 염두에 두며]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약용의 <목민심서>, 플라톤의 <국가>에 근거해 서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점은 5점 짜리였다. 이 과목은 선택 과목이었기에 140여명의 2학년 학생 중 70여명이 응시했다.

문제 취지는 고서인 목민심서와 국가 내용을 아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시된 예시가 청소년들에게 특정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커지자 문제를 출제한 기간제 교사 A씨는 “학생들이 쉽게 답할 수 있도록 시사적인 사례를 추가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편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학교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학교 측은 지난 3일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회를 개최하고 재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재시험은 오는 6일 실시될 예정이다. 
SNS에서 천안함 관련 막말을 한 휘문고 교사의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민의힘에서는 즉각 “정치 편향 교사들의 만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 “어느 곳보다도 중립적이고 엄정해야 할 교육의 장이 교육자들의 편향된 이념으로 물들어가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교육부와 해당 학교는 관련 교사 징계는 물론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지책을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서울 휘문고 한 교사 B씨가 SNS를 통해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이란 XX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대고 XX이야”라며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 천안함은 세월호가 아냐 XX아. 넌 군인이라고! 욕먹으면서 XX 있어 XX아”라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B씨는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군인이라는 국가의 공적 역할을 수행했던 분에 대해 제 짧은 생각을 지나치게 과도한 욕설과 비난으로 표현했던 것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며 두 차례 사과문을 게시했다. 학교 측은 같은달 24일 B씨를 ‘교사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직위해제했다. 

쿠키뉴스DB. 박태현 기자

국회에서는 교원의 정치 편향 교육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개정안이 연달아 발의됐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초·중·고교 교사에 대한 정치 중립성 교육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위반해 금고이상 형이 확정된 교사는 당연 퇴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당 곽상도 의원은 교육활동 중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선동하는 행위’와 ‘정치적·파당적(파벌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는 행위’를 한 교원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사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선동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학생 보호자가 학교장에게 전학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육계는 일부의 일탈로 교원 전체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내 “현행 법률에서는 교원에 대한 정치활동 규제가 이미 과잉상태”라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거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 및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교육활동에서 교원의 지위를 이용해 행하는 정치적 활동이 아닌 한, 교원에게 모든 국민에 주어진 헌법상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위원장은 “일부 교사의 일탈을 가지고 교원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입법 만능주의다. 더 나아가 교권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처벌규정 신설 전에 먼저 교육계에서 자정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법으로도 충분히 교사의 정치적 중립위반을 징계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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