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여야 대선주자들의 구애에도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캐(부캐릭터)부터 틱톡까지 젊은 층에 인기인 문화를 따라 하며 소통에 나섰지만, 일회성 이벤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잠룡들은 모두 청년층 지지 확보를 위해 발 바삐 뒤고 있다. 청년층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스윙보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진보·보수 이념에 갇히지 안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정치적 유동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발표된 4대 기관의 6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28~30일, 1007명)에 따르면, 지지하는 후보자를 계속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지지 강도 조사에서 2030세대에서는 70%(20대 71%, 30대 73%) 정도가 지지 후보를 교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평균(계속 지지 50%, 교체 가능성 4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욱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청년층의 문을 두드리는 대선후보들의 잰걸음이 이어졌다. 국무총리 시절 매사 신중한 태도로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라는 별명을 갖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리그오브레전드(LoL·롤) 등 e스포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E-스포츠 롤파크 경기장을 방문해 ‘여니’라는 호칭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호남대 e스포츠구단 ‘수리부엉이(Eagle Owls)’ 유니폼을 입고 오버워치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령 대권 후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가죽자켓·힙합모자에서 중절모·나비넥타이까지 예상치 못한 차림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틱톡’에서 유행 중인 이른바 ‘의상체인지 놀이’를 선보인 것. 정 전 총리는 지난 16일 자신의 틱톡 계정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취지로 복장을 끊임없이 바꿔입은 영상을 올렸다.
‘형’이라는 호칭은 청년세대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식 페이스북 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소개란에 ‘그 석열이형 맞다’라고 적었다. 2030 서포터즈를 자처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030세대에게 광재형으로 불릴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부캐 열풍’에도 올라탔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신인가수 부캐 ‘최메기(MEGI)’를 만들었다. 최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문순 TV’에 ‘신인가수 최MEGI가 불러드립니다. Don’t worry’라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 속 신인가수 최MEGI는 가발과 벙거지 모자를 쓰고 등장해 노래를 불렀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청년세대의 문화를 체험하며 거리 좁히기에 나섰지만, 실제 청년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선정국 때마다 청년을 찾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이다. 경기권 대학에 재학 중인 A씨(25·남)는 “우리가 윗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삐삐(무선호출기)를 쓴다고 해서 서로 소통이 되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A씨는 “정치인들이 갖는 특권을 내려놓지 않은 채 우리를 이해하는 ‘척’만 한다. 솔직히 ‘이렇게 열심히 했어요’라고 정신 승리하는 느낌”이라며 “말로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 말고 진짜 가진 권력을 내려놓고 봉사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신뢰가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쓰럽다’는 표현도 나왔다. 안산에 거주 중인 직장인 B씨(31·여)는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청년세대를 의식한다는 느낌은 알겠다. 그런데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든다. 청년과 비슷하다고 그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실현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 정책, 공약 등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 강남에 있는 회사에 근무 중인 C씨(26·여)는 “평소에 청년 의제에 관심이 많던 정치인이라면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것 같다. 늘 무관심하다가 표를 얻기 위해 하는 일시적 이벤트라면 오히려 별로”라며 “청년 문화 말고 청년 주거문제, 질 좋은 일자리 등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약발이 없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노력한다는 것은 좋지만 가발 쓰고 선글라스 쓰고, 춤을 춘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진짜 우리를 위한다’라고 느끼지 못한다”며 “현실에 근거해 현 정권의 실책들, 부동산·일자리 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희망을 주지 않으면 (공감을 이끌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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