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전격 입당을 결정함에 따라 야권 대선 지형이 급변할 전망이다.
최 전 원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을 한 뒤 입당을 결정했다. 그는 “좋은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께 보답하겠다”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한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의 입당 선언은 지난달 28일 이후 17일 만이자 지난 7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 일주일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과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이어간 것과 달리 ‘속전속결’로 입당을 결론지었다.
최 전 원장은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빠른 입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치 경험 부족, 조직 열세, 낮은 인지도 등이 약점이라고 평가받아왔다. 이번 입당을 통해 ‘1호 입당’이라는 주목을 받으며 순식간에 인지도를 올리게 됐다. 또 당내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든든한 우군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최근 지지율 내림세를 이어온 윤 전 총장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윤 전 총장은 그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아 ‘간 보기 정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 한 사람에게만 목을 매던 야권의 상황이 제법 달라졌다”며 “당분간 최 전 원장이 상승세를 타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현재 노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어떤 정치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내가 정한 방향을 일관되게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역시 입당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지지율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 당내 주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이 갈 전망이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좀처럼 반등 계기를 잡지 못한 이들이 ‘최재형 바람’에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편 여야는 최 전 원장의 입당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을 강하게 비난했고, 국민의힘은 일제히 팔을 벌려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김진욱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장 임기 중 사퇴하고 곧바로 정치권에 입당한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사례를 남긴 것”이라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이것이 최재형식 정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분이 국민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럴 줄 알았는데 역시 그랬다. 국민 배신, 신의 배신, 원칙 배신, 감사원 배신”이라며 “배신자는 실패한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야권 대선주자인 유 전 의원은 “좋은 분과 함께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고, 원 지사는 “정권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감사원의 역할을 하던 뚝심과 소신으로 야권의 활력과 저변 확대, 정권교체에 큰 힘이 돼 주시길 기대한다”고 힘을 실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최 전 원장의 입당을 크게 환영한다”며 “국민의힘 최상급 리무진 고속버스의 10좌석이 찼다. 대선 전용차로로 띄우기 전 거론되는 야권 후보님들께서 어서 동행 승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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